'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정책 탓에 주택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시장의 한축인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경매에 나온 물건 수는 줄어들었지만 가격상승 기대감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가 늘면서 입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상승장이 꺾일 경우 경매 후발주자들이 자칫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의 최대뇌관인 가계부채와 지난 몇년간 쏟아진 신규분양 물량에 따른 공급과잉,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침체를 비롯한 대외변수 등 악재가 쌓인 탓이다.

◆'이상과열' 경매시장… 역대 최고


부동산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이 역대 비수기(7~8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낙찰가율, 건당 평균 응찰자수,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등을 조사한 결과 모두 올해가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7~8월(지난달 24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2.2%로 역대 비수기 최고치(2002년 91.89%)를 넘었고 올해 건당 평균 응찰자 수도 8.67명으로 직전 최고기록(2009년, 7.85명)보다 많았다. 낙찰률 역시 55.2%로 최고기록(2001년 54.76%)을 갈아치웠다.

경매시장이 과열되자 지난 7월 감정가 26억원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96㎡는 25억3589만원에 낙찰되며 낙찰가율 98%,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매물은 15억380만원에 낙찰돼 102%에 달하는 등 ‘고가낙찰’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경매법정. /사진=머니위크DB

올 1~7월 수도권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전체 경매 8323건 중 14.9%에 해당하는 1239건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0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9381건 중 472건, 5%)보다 2.6배나 급증한 수치다.

경매업계에선 낙찰가율 80% 이상이면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간주한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이 9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응찰자들이 낙찰가를 무리하게 써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온 부동산시장 훈풍에 재고주택 거래가 늘면서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 물건도 사상 최저치로 줄었다. 올 7~8월 경매시장에 나온 수도권 아파트는 총 1631채로 2001~2014년 같은 기간 평균치 3469건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이와 관련해 "최근 부동산거래가 활발해져 물건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경매시장으로 몰려 고가 낙찰되는 아파트가 늘어났다"며 "이와 같은 경매시장의 과열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발주자, 하락장 직격탄 맞을 수도

현재 부동산경매시장은 앞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을 전제한 탓에 위험성이 다분히 내포된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측대로 당장 내년 말부터 집값이 하락한다면 신규분양단지와 다르게 경매시장에서 낙찰 받는 재고주택의 변동폭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널뛰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인 7월 서울 평균 낙찰가율은 89.3%, 평균 낙찰가는 4억8466만원이었는데 다음해 1월 평균 낙찰가율은 72.14%, 평균 낙찰가는 4억2998만원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그해 9월 낙찰가율과 평균 낙찰가는 90.7%, 5억6289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70~80%선을 유지하던 낙찰가율이 다시 92.09%로 뛰어오른 올 3월 평균 낙찰가는 4억7262만원이었고 평균 낙찰가율이 91.06%인 지난달 평균 낙찰가는 4억7963만원을 기록했다. 2009년과 지난달 평균 낙찰가를 비교하면 약 1억원의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반대로 서울 신규분양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2009년 3.3㎡당 1759만원에서 올해 3.3㎡당 1736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특히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세난에 지친 30~40대가 신규주택시장은 물론 경매시장에 많이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이들은 50~60대보다 경제력이 떨어지고 변수도 많아 시장에 충격이 왔을 때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원석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정의당)이 지난 1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잔액 기준으로 지난 2013년 말부터 올 6월 말까지 43조6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중 30%인 13조1000억원이 30대 연령층에서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돼 시기와 인상폭만 남겨둔 시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없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한국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아 시중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가계의 이자와 원금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어서 희망적인 관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침체 등 모든 대내외 변수를 고려할 때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다시 침체로 돌아선다고 가정하면 경매시장에 대거 매물이 쏟아지던 2008년 이후와 비견될 정도의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장 팀장은 예견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어 "거시적인 경기상황과 비정상적인 부동산구조를 인식하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지 말라는 경고에 냉정한 판단을 내릴 때"라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