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고양기지 차량검수고 내부. /사진=코레일 제공

정부가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추가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새삼 철도 민영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TPP 협정문에는 국영기업 우대 금지와 부당 규제 철회 요청권 등 독소조항이 포함된 탓이다.

이런 조항들은 국영기업 즉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30개 공기업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동시에 공기업의 민영화와 외국 자본유입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철도는 외국 자본이 탐내는 먹거리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역점 사업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국토교통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런 불안이 현실이 될 것으로 철도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철도, 외국 자본에 개방되나?


박 대통령의 구상대로 철도 연결을 통해 육·해상 교통체계 최적화와 전력 가스관 등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한다면 세계인구 약 71%를 차지하는 유라시아 대륙의 시장을 미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에서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SRX 건설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데 사실상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 방법 외에는 차선책이 없는 데다 우리나라가 TPP 추가 가입을 위해 미국에 FTA에 버금가는 '입장료'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미국의 요구에 자유로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다면 TPP 위반으로 투자자 국가 소송(ISD)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자칫 정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외국 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했다.

수서발 KTX 민영화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똑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한·미 FTA 협정에 따라 2005년 7월1일 이후 건설된 '수서발 KTX'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에 미국 투자자가 포함됐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가 15년간 민간사업자를 제재할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그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례가 조금 다르지만 실제 ISD 규정 탓에 우리나라 경제 주권이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된 것.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지난 2012년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부당한 세금 부과를 문제 삼아 우리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ISD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론스타 ISD와 관련해 정부가 지출된 소송비용만 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패소하기는 했으나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 석유투자회사(IPIC)는 1999년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매입해 2010년 현대중공업에 1조8381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2400억원대 양도소득세와 관련한 소송을 정부에 제기하기도 했다.

◆철도 민영화 '논란 재점화'

철도 전문가들은 외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참여할 방법으로 신규 노선과 코레일이 운영을 포기하는 일반철도노선 등을 지목했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공공 기관 3대 분야 기능 조정 추진 방안'에 따라 코레일은 차량 정비·임대, 시설 유지·보수 등 두 분야를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분리시켜 자회사로의 전환은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영화는 외국 자본유입을 위한 전초단계로 외국 자본이 시공권과 운영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는 이유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코레일이 여러 자회사로 분할, 효율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수익성이 낮은 부분부터 매각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정부가 발표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에는 이런 방안이 모두 포함됐다. 민영화를 위한 국내외 민간자본 유치를 제도화해 이미 외국 자본유입의 토대는 마련된 형국이다.

박 철도정책 연구위원은 "앞서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한국이 TPP 참여 전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공기업' 문제를 꼽았다"며 "이는 공기업에 대한 투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철도에 외국 자본이 들어온다면 국민의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민영화는 요금 인상, 서비스 저하, 비정규직 양산, 사고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