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시장은 100년 이상 자동차 산업을 견인해온 ‘내연기관’의 균형이 와해되며 난세를 맞았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로 클린디젤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던 디젤엔진이 위기를 맞으면서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디젤 내연기관의 후퇴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디젤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폭스바겐이 환경규제를 피하기 위해 디젤차에 꼼수를 부린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바라 CEO가 주주 대상 컨퍼런스에서 GM의 미래기술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수많은 기술을 집약시켜 당장의 규제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점점 가혹해질 환경규제 앞에서 디젤 내연기관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성능은 향상시키며 배출은 줄여야 한다’는 명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가격경쟁력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들은 속속 회사의 친환경방침을 내놓고 있다. 선두업체인 폭스바겐이 멈춰 선 틈을 타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잡을 기회임은 물론 급격히 개편될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쫓기 위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다.

◆EV, FCEV… 일단은 HEV


폭스바겐과 함께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 ‘빅3’인 제너럴모터스(GM)와 토요타는 최근 ‘미래 자동차’에 대한 각자의 비전을 내놨다.

먼저 토요타는 지난 15일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 ‘토요타 환경챌린지 2050’ 라는 이름의 이 계획은 오는 2050년 내놓는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90% 줄이겠다는 것이 요지다. 이같은 토요타의 자신감의 근원은 업계를 선도하는 하이브리드차(HEV, Hybrid Electric Vehicle) 기술과 이미 상용화한 수소연료전지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 ‘미라이’다. 토요타는 지난해 12월에 '미라이'를 발매하고 생산체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17년에는 연간 3000대, 2020년에는 3만대 이상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토요타 '미라이' /사진제공=토요타

지난 10여년간 수소연료전지에 기반한 차량 구동시스템을 연구해 온 GM 또한 2020년을 목표로 혼다와 함께 상용화된 FCEV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분야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은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우선 HEV에 집중하고 궁극적으로는 FCEV로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토요타가 미라이를 내놓기 전에 투싼 FCEV모델을 내놓은 전력도 있어 자신감은 충분하다.


FCEV 외에 주목받는 것은 전기차(EV, Electric Vehicle)다. FCEV와 구분이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수소연료전지가 아닌 리튬배터리 등을 탑재하고 콘센트를 이용해 직접 충전하는 방식을 차용하는 것을 EV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금까지의 디젤 편중 전략을 수정해 EV개발에 치중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대형 세단 '페이톤'을 EV로 출시하고 소형 EV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그룹 내에서 공유할 계획이다. 2019년까지의 투자계획 가운데 총 10억유로(한화 약 1조2912억원)를 삭감하고 감축된 투자액을 EV 개발분야에 우선적으로 할당키로 했다.


다임러와 BMW도 EV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를 통해 1회 충전 주행거리 400~500㎞의 세단형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다임러 그룹내 다른 모델과 공유할 계획이다. BMW는 기존 전기차 i3에 이어 5시리즈 기반의 전기차 i5를 출시했다. 전기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업체인 미국 테슬라는 지난달 말 ‘모델X’를 내놨다.

하지만 EV건, FCEV건 간에 내연기관이 없는 친환경차는 당장 상용화하기 어렵다.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하다. 가까운 미래에 주도권을 잡을 차량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공유하는 HEV가 될 수밖에 없다.

◆‘디젤 멸종’ 주장은 섣불러


그렇다면 디젤차는 어떨까. 일각에서 나오는 말처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급격한 침체를 겪은 뒤 사라져 버릴 운명인 걸까. 업계 전문가들은 “디젤 자동차는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그 시기가 가깝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디젤엔진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규제 강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이들이 디젤차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가솔린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솔린과 디젤기관이 모두 사라질 수는 있어도 하나만 사라질 수는 없는 게 현재의 산업구조라는 것이다.

가솔린엔진이 사용하는 휘발유와 디젤엔진이 사용하는 경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전지구적 측면에서 보면 경유는 현재 일정부분 휘발유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개별 국가별로 봤을 때 휘발유와 경유 사용량은 불균등하지만 전지구적으로 보면 일정부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원유를 정제해 자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휘발유가 대부분이지만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경유는 아메리카지역과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디젤차 비중이 높아 경유 사용량이 많은 유럽은 잉여 휘발유를 오히려 미국에 수출한다.

이런 균형이 깨져버릴 경우 전지구적 원유 수요는 급증한다. 이는 석유값의 급등으로 이어진다. 애초에 유럽에서 디젤엔진이 발달할 수밖에 없던 이유도 자원 자립성이 낮은 유럽이 사실상 잉여자원이자 효율이 높은 경유 사용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130여년간 존재한 바와 같이 석유자원이 존재하는 한 디젤차는 변화를 수용하면서 가솔린차와 더불어 존재할 것”이라며 “타 기술과 타협점도 찾으면서 융합형 디젤모델이 등장하는 등 나름대로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