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모르는 사회적 문제가 공론화되면 좋겠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토익, 학점관리 등 소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이때,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목적은 단 하나.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해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문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적기업 운영을 선택했다. 소외계층과 사회를 ‘기부자-수혜자’가 아닌 ‘공급자-소비자’로 만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해서다. 긍정적인 부분은 이와 같은 대학생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각 대학의 뜻있는 학생들은 동아리나 팀을 구성해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그 중 ‘그린나래’, ‘나는니편’ 등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운영 중인 이화여대 ‘인액터스’ 학생들을 만났다. 
이화여대 ‘인액터스’. 왼쪽부터 신영은(21·사회학과 2년), 이혜민(23·영문학과 4년)/사진=임한별 기자

◆ 다양한 사회적기업 ‘창업’

나이도 다르고 학과도 다른 이들이 사회적기업을 만들자는 목적을 갖고 인액터스에 모였다. 인액터스는 사회공헌 비즈니스를 실천하는 대학생, 기업인, 교수 등으로 이뤄진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에 속한 이화여대 학생들은 현재 섭식장애 환자를 돕는 ‘나는니편’ 프로젝트와 자폐아 아동들에게 미술치료를 제공하는 ‘그린나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나는니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이혜민 이화여대 인액터스 회장(23·영문학과 4년)은 자신도 섭식장애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한다.

“섭식장애는 거식증, 폭식증 등 보통 다이어트를 하다 걸리는 병이에요. 저도 실제로 겪어봤는데 생각보다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특히 주변인들이 그냥 단순한 요요현상이나 의지의 문제로 치부하는 점이 더 힘들었습니다.”


나는니편에서는 현재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집단상담이나 자조모임, 토크콘서트 등을 제공한다. 사회서비스 제공형 기업인 셈이다. 상담의 경우 통상 1인당 10만~20만원가량 드는데 나는니편은 ‘마음과마음’이라는 치료기관과 연계해 집단상담 1회에 5만원으로 비용을 줄였다. 지난해 처음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참석했던 3명 중 2명을 치료하고 다시 사회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린나래는 한국육영학교의 자폐아 아동들에게 방과 후 학습방식으로 미술치료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김미성 이화여대 인액터스 부회장(23·사회학과 4년)은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이 미술을 배울 공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자폐아동에게 미술치료를 하다보면 우리가 생각지 못한 그림이나 재능을 발견하곤 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아르브뤼(거친 미술)라고 해서 자폐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이들이 하는 미술이 하나의 장르로 구축됐죠.”

이대 인액터스 학생들은 2개의 사업 외에도 아현동웨딩타운 상권 살리기, 미혼모를 위한 에코백 제작사업인 ‘라비앙로즈’ 지원사업 등도 계획 중이다. 

그린나래 전시.
그린나래 플리마켓.

◆ 수익도 중요… 사회적 인식 개선돼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니 만큼 수익창출이 중요하다. 아직 사회에 진출하기 전인 대학생들에게 비즈니스모델 구축은 새로운 도전이자 최고의 난관이다.

“자본금은 대부분 공모전 참여를 통해 마련합니다. 서울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연대은행 등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주는 곳이 많아요. 이런 곳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구체적인 실행 여부 등을 평가받은 후 투자받는 거죠.” (이혜민)

사회적기업이 창업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일반창업보다 많은 편이다. 다만 보통 경영학과 학생들이 많이 하는 공모전은 사업아이디어로 평가받고 상금을 주는 반면 사회적기업은 직접 실행하는지 여부에 따라 투자금을 주는 형태다. 따라서 창업 후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면 그 사업이 사라지지 않도록 법인화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이들은 수익창출 방법을 고민한다. 인액터스 학생들이 추진하는 그린나래는 아이들이 미술치료에서 그린 그림으로 엽서나 디자인문구를 만들어 판매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다시 치료활동을 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의 그림 중 독특한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도 많아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음 제품은 패션브랜드와의 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가로수길 등에서 프리마켓이 열리는데 인기 있는 브랜드에 아이들의 그림을 접목시키면 큰 돈을 쓰지 않고도 제품이 나올 수 있거든요. 최근 일반인 디자이너를 모집하는 업체도 많아서 이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신영은·21·사회학과 2년)

나는니편 토크콘서트.

나는니편도 식습관 개선을 위한 사업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성수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앨리스보울과 연계해 샐러드 등 건강식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들은 수익모델 개발보다 더 힘든 것이 사회적 편견을 깨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건을 팔 때 제품이 나오게 된 계기나 관련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지만 자폐아동의 부모나 섭식장애 환자가 이를 꺼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심리상태나 상황 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면 더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함부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일반기업이었다면 소비자만 생각하고 물건을 팔면 되는데 우리는 수익추구와 공익목적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셈이죠.” (김미성)

“그래서 사회문제의 공론화가 중요한 겁니다. 열심히 공익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때 한편으로는 회의감도 들죠. 하지만 더 열심히 세상과 소통하면 언젠가는 조금씩 사회도 변할 거라고 믿습니다.” (이혜민)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