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의장국을 지낸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라는 사실이며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이 중년 남성의 자살이다. 중년 남성의 자살은 중년시기에 들어 고용 안정성의 붕괴, 가정에서 가장의 위상 변화와 같은 급격한 변화가 맞물려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50대 남성에게는 삶을 지탱해줄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고자 하는 것이 <오십, 마침내 내 삶을 찾다>가 나온 이유다. 책 표지에는 한 남성이 서 있다. 무엇엔가 낙담한 듯이 고개 숙인 남성의 머리 위에는 서로 다른 세갈래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올려져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남성을 책 표지에 등장시킨 것은 자녀들의 성장과 독립, 결혼 생활에서 난관을 겪으면서 직장에서의 은퇴를 앞둔 50대 남성들에게 이 책이 나침반 역할을 자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나이 50을 삶이 흔들리는 나이, 즉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던 역할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는, 마치 난파한 상태와도 같은 나이로 규정한다. 그러나 난파한 상태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망쳐온 삶의 습관과 반복적인 패턴을 뿌리에서부터 검토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익숙함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야 하며 새로운 항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신화 속 영웅들과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일 중심의 삶을 살아온 남성은 50대에 인간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지만 관계에 미숙한 남성에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친밀한 관계일수록 그 어려움은 가중된다. 그러나 50대의 남성은 배우자와의 관계, 노부모와의 관계, 성인이 된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마치 직장에서 과업을 수행하듯이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할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찰스 핸디의 <비이성의 시대>를 인용한다. 찰스 핸디는 일을 임금(근무 시간에 따른 보상)을 받는 일과 보수(자영업처럼 일의 결과에 따라 받는 보상)를 받는 일 외에도 가사활동, 재능 기부, 공부(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한 훈련과 학습)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처럼 일을 포트폴리오의 개념으로 봄으로써 일을 통해 얻는 충족감의 원천이 금전적 보상 외에 사회적 접촉, 학습, 성취감 등으로 보다 풍성해질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나아가 은퇴 이후를 위해 좌뇌와 우뇌를 번갈아 사용함으로써 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뿌리가 흔들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는 50대의 남성들에게 저자는 이 책에 설명한 과정들을 하나하나 거쳐 가면서 ‘나무처럼 살아갈 것’을 권한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확고한 자아의식을 함양하고 공동체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며 식물의 씨앗이 또 다른 식물이 돼 다음 세대로 이어지듯이 더 큰 실체에 자신을 맡김으로써 자신의 정체성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런 힉스 지음 |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펴냄 | 1만45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