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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뒷대목, 여기서 배를 타고 10분을 가야 영산도다. 면적 2.2㎢, 해안선 7.9㎞, 섬 하나가 마을 하나인 초미니 섬이다. 이곳에 몸과 마음을 잠깐 떨어트려 볼까? 복잡한 머리 속 틈을 만들기 좋은 곳, 쉼표 치고 앉아 있기 좋은 곳, 영산도로 떠나보자.
◆ 명품마을 영산도
흑산군도 최씨들의 아버지는 영산도에서 살기 시작했다. 고려 충렬왕 시절 경주 최씨 최국희가 영산도에 들어왔다. 그렇게 흑산도 인근 지역이 최씨 발원지가 됐다. 영산도에는 경주최씨제유각이 있다. 한편 나주 영산포와 영산강 같은 지명의 유래도 됐다. 조선시대 이른바 공도정책, 즉 왜구를 토벌하기 위해 주변의 섬을 비우도록 했는데 이에 따라 영산도 주민들이 뭍으로 이주했다. 고향을 떠나온 영산도 주민들이 섬을 그리워하며 지은 이름이 영산포, 영산강이다.
문제는 생활여건이다. 풍경만 보면 고즈넉하고 예쁜 섬이지만 10분 거리에 있는 흑산도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람이다. 이로 인해 앞바다에서 양식을 할 수도 없고, 이렇다 할 어장도 형성되지 않았다. 예전에 남자들은 멸치잡이를 주로 하고, 아녀자들은 홍합 같은 해산물을 따거나 물질하는 해녀로 살았는데 영산도가 태풍에 취약해 멸치잡이를 중단하면서 마을 사람이 하나둘 떠났다고 한다. 항구 반대편 쪽 액기미마을은 10여호가 살았지만 모두 떠나고 빈 마을이 됐다. 지금 생산·판매하는 해산물이라곤 어르신들이 따 말리는 미역 정도다.
섬 사람들은 섬을 버릴 수 없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살 길을 모색했고, 마을을 가꾸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이 덕분에 2012년에는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됐고 2013년에는 환경부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됐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화보집을 출간하고 폐가를 이용해 예쁜 도서관도 만들었다. 여행자들이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캠핑장도 만들고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편안한 의자가 놓인 산림욕장도 만들었다. 마을 홍보도 열심히 했다. 이야깃 거리가 많다 보니 몇차례 다큐멘터리로 방영되기도 했다.
영산도의 인구는 40여명에 불과하다. 한창때는 400여가구가 살았지만 현재는 마을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고 섬 전체에 20여가구만 남았다. 전체 인구 중 학생이 3명, 이장을 비롯한 40대가 2명인데 그나마 주민 중 가장 젊은 청년인 사무장이 40대 후반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70대 어르신이다. 주민은 아니지만 보건소와 학교 교사, 영산 치안센터장, 매주 두번 섬에 들어오는 전도사가 영산도에 ‘젊음’을 보태주고 있다.
◆ 학교, 아이들, 도서관
마을이 작으니 아이가 귀하다. 40여명 남은 섬에 학생이 3명 정도면 오히려 많은 편이다. 이 귀한 아이들은 영산도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펜션방과 도서관도 만들었다. 올 봄 졸업하는 첫째 최OO군은 영산도의 유명인사다. 방송프로그램에 여러번 등장해 이름을 가리는 것이 무색할 정도이고 그동안 외롭게 흑산초등학교 영산분교를 지킨 인물이다. 그리고 재작년과 작년에 두명의 여학생이 입학했다. 마을 이장은 학교를 지키기 위해 아들이었던 최군을 흑산도로 전학시키지 않았고, 이어서 사무장의 딸 둘이 입학해 영산분교는 건재하다. 선생님을 모셔왔고, 지난 연말에는 학교 시설도 깨끗하게 다시 정비했다.
마을 중간쯤에 있는 도서관도 재미있다. ‘바다, 연진, 효경 전교1등 도서관’이다. 폐가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위치가 참 좋다. 고요한 바다가 보이고 그 바다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온다. 책 읽기 좋은 분위기다. 도서관의 책은 뜻 있는 사람들의 기부를 받아 모았다고 한다. 책장 아무데나 손을 뻗어 책 한권을 뽑아 들면 뭔가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내는 듯한, 뿌듯한 기분마저 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도록 아이들을 위한 양서가 많으면 좋겠는데 정작 주인공인 아이들을 위한 책이 많이 부족하다. 요즘 어린이 도서전에 가보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우수한 책들이 많은데 착한 기부자가 이곳을 채워주면 좋겠다.
날씨가 풀리면 책 한권을 빌려 산림욕장으로 올라가도 좋겠다. 후박나무 숲에서 초록의 공기를 마시며 나무 벤치에 몸을 기대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머리가 맑아질 테니 독서 몇 줄 못했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
◆ 섬마을, 영산 10리길
영산도 선착장 왼쪽으로는 전망대에 오르는 길이 있다. 야트막한 산을 오르면 영산도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에는 소나무와 동백이 자라고 오르는 길에는 당집이 있다. 길가에 보이는 것이 하당에 해당하고 그 너머로 상당과 중당, 재기실을 갖췄다. 게시판을 봐도 자료를 찾아봐도 하당에는 김첨지 영감을 모셨다고 돼 있는데 하당에 걸린 그림은 아무리 봐도 여자 같다.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김첨지 영감은 배·어장·해초를 보호·관장하는 신이라고 한다. 마을의 안녕을 비는 곳이니 성별 시비는 이쯤하고 산을 더 오른다.
산길도 길지 않고 계단이 놓여 어렵지 않다. 다만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숨이 찬다. 전망대에 오르면 선착장이 보이고, 작은 마을이 아늑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으로는 흑산도다. 흑산도 면적이 19.7㎢이니 비교하자면 9배쯤 된다. 배로 딱 10분 왔을 뿐인데 흑산도가 마치 대도시처럼 느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마을길을 걸어본다. 영산도가 ‘명품마을’이 된 가장 큰 공은 이 ‘영산 10리길’에 있다. 마을 한바퀴만 걷는다만 한다면 30분, 중간중간 벤치에 앉고 사진도 찍는다면 2시간이면 되겠다. 천박재, 작은재, 최씨제유각을 둘러보고 벽화마을과 길가의 채마밭, 원두막도 살펴본다. 마을에는 폐가도 많다. 빈집은 60~70년대 식 슬레이트 지붕을 올렸다. 대부분 1자형의 소박한 가옥이고 돌벽으로 쌓은 좁은 고샅과 바깥에 마련된 화장실 등 옛 정취 그대로다. 집에 따라 상태가 좋고 전형적인 섬집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마을에서는 철거하기 아까운 집들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야트막한 돌담길은 베이지색, 옅은 황톳빛이다. 요즘 제주도 여행이 많아져 검은 돌담이 눈에 익숙한데 옅은색 돌담을 보니 오히려 독특하게 느껴진다.
“원래는 다 돌담이었는데, 한참 시멘트를 바르더라고…. 그땐 시멘트만 나왔다 하면 이렇게 갖다 썼어.”
지금은 돌담이 귀한데 그때는 시멘트가 최고였다는 이야기다. 부지런한 영산도 주민은 시멘트벽도 많이 만들었다. 지금 시멘트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명품마을사업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벽화들은 이재호 화백의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졌다. 홈페이지를 봐도 그렇고 자주 이 섬을 찾는 손님들을 봐도 그렇고 다방면의 문화계 종사자들이 사랑하는 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섬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머무는 일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고 상상하기 딱 좋은 곳이다. 영산도는 가장 섬 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아무것도 주는 것 같지 않지만 마음의 세포를 재생시켜주는 힘이 있다. 한번쯤 자신을 유배시키고 싶을 때, 다시 채울 공간이 필요할 때 영산도를 찾아보자. 비워야 할 것들을 이 섬에 남기고 마음속엔 공간만 채워 돌아가자.
[여행 정보]
영산도 가는 법
목포여객선에서 오전 8시 10분 쾌속선 승선 - 10시 10분 흑산도 도착 - 흑산도 뒷대목으로 이동 - 10시 20분 영산도행 승선 - 영산도 선착장 도착
목포-흑산도 운임: 6만1300원 운임: 일반 3만4300원 / 중고생 3만1100원 / 경로 2만7800원 / 소아 9650원
흑산도-영산도 운임: 5000원
● 도선 문의
흑산도-영산도 문의: 010-7330-7335
목포-흑산도: 남해고속훼리와 동양고속훼리 두 회사가 짝수일과 홀수일로 나눠 운항한다.
남해고속훼리: 061-244-9915 / http://www.namhaegosok.co.kr
동양고속훼리: 061-243-2111 / http://www.ihongdo.co.kr
● 예매, 출항 해운사 사이트
가보고 싶은 섬(한국해운조합) http://island.haewoon.co.kr
배부킹(배편할인 온라인예약) http://www.vebooking.co.kr
남해고속 훼리 http://www.namhaegosok.co.kr
동양고속 훼리 http://www.ihongdo.co.kr
목포여객선터미널 1666-0910
신안문화관광
문의: 061-271-1004 / http://tour.shinan.go.kr
영산도
http://www.yeongsando.co.kr
숙소, 식사, 체험 프로그램 문의: 010-7330-7335 (최성광 이장)
체험프로그램: 떼배체험, 해상투어, 향토음식체험
● 숙박과 음식
영산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 하나, 식당이 하나 있다.
펜션은 영산도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바다네, 효경네, 연진네로 3동이 있다.
가격: 바다네 11만원(독채) / 효경네, 연진네 55,000원(복층 원룸)
식사는 펜션에서 직접 만들어 먹거나 ‘부뚜막’이라고 하는 부녀회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다. 미리 예약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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