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었다. 가장 주목받는 안전자산은 금이다. 올 들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엔화와 채권도 금과 더불어 상승세를 타며 안전자산 대열에 합류했다.


투자전문가들은 달러를 제외한 금·엔화·채권의 ‘3강 체제’가 불안한 증시 속에서도 빛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달러 약세에 금 투자 인기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이지만 달러만큼은 이 대열에서 빠졌다. 달러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지난 1월4일 98.74였던 달러인덱스는 2월17일 96.80으로 1.94포인트(2.02%) 하락했다. 달러 약세는 금값의 가파른 상승세로 나타났다. 금값은 지난 1월4일 g당 4만1080원이었으나 2월17일 4만6730원으로 올랐다. 이 기간 동안 g당 5650원(13.75%) 상승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값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금 거래량도 급증했다. 지난 2월17일 기준 2월 KRX금시장의 일평균 금 거래량은 24㎏(11억3400만원)으로 전월 대비 3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2월12일에는 하루에만 52㎏이 거래돼 금시장 개설 이래 역대 최대거래량을 기록했다. 금값도 4만8000원으로 개장 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 거래시장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금값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함께 국제 금값 대비 가격차이 매력이 부각되면 투자자와 실물업자의 거래는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금에 주목하면서 금펀드 수익률도 급등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금펀드는 최근 금값 상승으로 급반등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펀드로 분류된 11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지난 2월12일 기준으로 14%대에 달한다. 1개월 수익률도 9%를 넘었다.

일각에서는 안전자산 수요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겠지만 앞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만큼 이를 꾸준히 시장수요로 이어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조정이 예상되지만 전저점 수준에서 제한적인 가격하락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엔화 강세, 당분간 지속될 듯

강세를 보이는 엔화도 매력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지난 1월1일 1달러당 120.29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2월17일 현재 114.27엔으로 떨어지며 엔화가치가 상승했다. 연초 이후 6.02엔(5.00%)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엔화에 주목한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엔화강세가 이어지자 앞으로 약세장을 바라보며 미리 엔화에 투자하겠다는 심리에 따른 것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던 자금이 엔화로 유입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에게 유로화나 한국의 원화 대신 엔화를 사도록 권유한다. 아시아지역 부유층 자산 2억5000만달러를 관리하는 스탬포드매니지먼트도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유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맞물려 BOJ의 마이너스 금리 실효성에 대한 불신이 일본 금융시장 전반으로 나타났다”며 “엔화 강세 및 증시 하락세가 그 증거”라고 분석했다. 또 박형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엔화강세를 금융시장에 새롭게 부각되는 위험인 ‘글로벌 은행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며 “엔화강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강세국면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MMF·채권형펀드로 쏠리는 투심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채권의 관심도 뜨겁다. 증시 변동성의 확대 영향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자금이 MMF(머니마켓펀드)로 몰렸고 채권형펀드의 인기도 높아졌다.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이 감소한 반면 MMF와 채권형펀드의 순자산이 크게 늘면서 전체 펀드 순자산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성 자금을 뜻하는 MMF는 글로벌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1월 법인을 중심으로 16조8000억원의 대기자금이 유입돼 순자산이 전월 말 대비 16조9000억원(18%) 증가한 111조원을 기록했다. 주가하락으로 투자자의 관망심리가 이어지면서 대기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채권형펀드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지난 1월 전체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전월 대비 1조9000억원(2.5%) 감소한 73조3000억원이다. 반면 전체 채권형펀드의 순자산은 87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원가량 늘었다. 약 10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국내 채권형펀드로는 지난 1월 한달간 2조원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국내 채권형펀드 순자산은 전월 말 대비 2조원(2.6%) 증가한 7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채권형펀드는 690억원이 순유출됐지만 순자산이 전월 말 대비 150억원(0.2%) 증가했다. 해외 채권형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은 선진국채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린다”며 “올 들어 신흥국채권의 수익률이 0.4%에 그쳤지만 선진국채권은 4.6%의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