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논란 불식, 40년 정통 금융맨… '글로벌 먹거리' 모색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을 둘러싼 변화 속에서 혁신과 절박함으로 산업은행을 이끌겠다.”
지난 2월12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식에서 한 인사말이다. 이동걸 신임 회장은 40년이라는 화려한 민간금융업 경력을 뒤로 하고 정책금융 리더로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산업 노하우와 업무추진력이 이 회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회장은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부행장을 거쳐 신한캐피탈 사장과 굿모닝신한증권(신한금융투자 전신) 사장,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겸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그가 보험사를 제외한 전 금융회사에서 업무경험을 쌓은 정통 금융전문가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반면 일각에선 영남대학교 출신이고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점 등을 들어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한다. 산은노조가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며 이 회장의 출근 저지투쟁을 펼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본사 노조를 직접 찾아 150여명의 간부들과 오랜 시간 의견을 조율, 노조 간부들이 모두 회장 취임식에 참여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이에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를 볼 때 보은인사로 오기엔 회장은 책임이 무거운 자리”라며 “금융의 큰 틀로 보면 보험을 제외한 전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으니 1~2년 뒤 보은인사인지 아닌지 판단해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우조선·현대상선 구조조정 첫 시험대


이 회장이 산업은행 리더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단연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다. 정부가 조선과 해운, 철강 등 한계기업에 대한 산업재편을 주도하는 만큼 이 기업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첫 시험대는 지난해 4조원대의 적자로 부실기업으로 떠오른 대우조선해양과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이 될 전망이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은 다양한 강점을 살려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회장이 밝힌 대우조선의 강점은 선박과 방산분야다. 현재 대우조선의 영업 포트폴리오는 해양 50%, 선박 40%, 방산 10%로 구성됐는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양은 줄이고 방산은 키우는 사업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그는 “대우조선의 첨단 조선선박시스템인 LNG운반선은 영하 163도를 유지해야 LNG 수송이 가능한데 대우조선은 세계시장점유율을 50%를 상회한다”며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도 대우조선의 강점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용선료를 인하하는 데 이해관계자들과 목숨 걸고 협상해야 한다”며 뼈를 깎는 자구책을 주문했다. 현대상선의 가장 큰 문제는 2007~2008년 선박업이 호황일 때 소위 용선계약을 고가에 맺은 것이다.

선박임대료인 용선료가 100달러일 경우 운임은 120달러로 책정해 선박회사가 20달러의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현대상선은 운임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용선과 운임을 미스매칭한 것이 실수였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분기 42억원으로 한차례 영업흑자를 기록한 이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4분기에는 1200억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연간 2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상선이 비효율적인 용선료 구조에 입은 손실이 2000억~3000억원으로 파악되는데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현대증권 매각,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것도 현대상선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안이겠지만 근본적으로 현대상선이 이해당사자들을 불러 채무조정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캐피탈 1분기 매각 시동, 출관위 발족

이 회장의 역량은 산업은행 자회사 매각 등에서도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증권회사의 대표로 있었던 만큼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그간의 노하우를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산업은행은 1분기 안에 산은캐피탈을 매각할 예정으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산은이 보유한 산은캐피탈 지분은 6212만4661주(99.92%)로 장부가 기준 5970억여원이다.

또한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위해 2월 말까지 내부인사 4명, 금융당국을 포함한 외부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출자관리위원회(가칭)을 발족시킬 계획이다. 산은은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에 따라 출관위를 통해 2018년까지 장기간 보유한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산은이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가 우선 매각대상이 될 전망이다. 15% 이상을 출자한 비금융자회사는 118개(출자전환 16개, 중소·벤처투자 102개)로 한국관광공사, 한국감정원 등 두곳의 공기업을 제외한 116개가 앞으로 3년 안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산은캐피탈은 여신전문회사로서 업무영역이 넓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회사로 산업은행과 연계 시너지가 있는 만큼 상당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추진할 출관위가 발족되면 매각대상을 거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적자 탈출, 해외파이낸싱 확대 전략

이 회장에게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공공성과 국가산업 육성’을 포커스로 운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정책금융기관도 적자마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산은은 정책금융의 방향을 지키면서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올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과 중국의 일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함께 중국 및 동남아지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 올해 해외프로젝트 규모는 17억달러로 지난해 12억달러보다 5억원(40%)가량 늘릴 계획이다. 해외프로젝트시장에서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유관기관들과의 협력에도 나선다. 해외사업을 하는 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과 협업하고 한국투자공사와 20억달러가량을 공동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산은의 적자는 곧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며 “올해 적자 울타리에서 벗어나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프로젝트에서 절대적인 지원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의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다. 낙하산 의혹을 벗고 부실기업 구조조정 해결사로 나선 그가 해외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로필
▲영남대 경제학 학사 ▲신한은행 홍콩현지법인 사장(1992) ▲신한은행 부행장(2002) ▲신한캐피탈 대표(2002) ▲신한캐피탈 대표(2002) ▲굿모닝신한증권 대표(2006) ▲한국증권업협의회 비상근부회장(2007) ▲신한금융투자 부회장(2009) ▲산업은행 회장(2016)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