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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과 복권. 흔히 운이 나쁜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로 벼락 맞아 죽는 것을 꼽는다. 반대로 운이 좋은 경우는 복권 1등 당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복권 1등 당첨금은 최대 73억3000만원이었다.
지난 1월14일 미국 로또복권인 파워볼의 당첨금이 약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해 지구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추첨하는 파워볼은 지난해 11월7일 이후 20회째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파워볼의 당첨번호 4, 8, 19, 27, 34, 10(파워볼)을 맞힌 사람 3명이 상금을 나눠 가졌다. 이번 기록 이전의 미국 내 최고 당첨금은 2012년 3월 또 다른 전국복권인 메가 밀리언스에서 기록한 6억5600만달러(약 8000억원)였다.
반면 미국에서 벼락 맞아 죽는 사람은 28만명 중 한명 꼴로 생긴다(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 지구 전체로는 벼락 맞을 확률이 60만분의1~100만분의1 사이로 추정된다. 이 확률보다도 로또 1등 당첨확률이 훨씬 더 낮다. 1~69까지 69개 숫자 중 5개와 1~26 가운데 나오는 파워볼 숫자까지 일치해 1등이 될 확률은 2억9220만분의1로 벼락을 300번이나 맞을 확률에 해당한다.
◆50년 넘게 똑같은 번호 구입 ‘대박’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에 한번 겪기도 힘든 벼락과 로또 당첨을 모두 겪은 사람도 있다. 캐나다의 피터 맥캐시씨는 14세에 가족과 보트여행을 가서 호숫가에서 놀다가 벼락에 맞아 전기에 감전됐는데 살아났다. 그는 지난해 100만캐나다달러(약 9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됐다. 이처럼 벼락과 복권 당첨이라는 두가지 일을 모두 겪을 확률은 2조6000억분의1이다.
오랫 동안 꾸준히 노력해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도 있다. 캐나다에서 89세 노부부가 50년 넘게 똑같은 번호로 로또를 구입한 결과 60억원이 넘는 로또에 당첨됐다. 미국에는 꿈에서 본 숫자로 17년 동안 꾸준히 로또를 구입한 끝에 400억원이 넘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보고 따라한다면 카지노에서 똑같은 패턴의 베팅을 대박날 때까지 한없이 반복하는 심리와 다를 바 없다. 어떤 청년이 지난해 하반기 기업체 최종면접에서 취미가 무엇인지 묻자 매주 복권 사는 것이라 답해 불합격됐는데 필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억세게 운이 좋을 때 갖게 될 행운의 크기보다 그런 행운의 크기에 행운이 나타날 확률을 곱한 기댓값을 따질 것이다. 당첨금 기댓값은 복권 구입비용의 절반 수준이니 복권에 투자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손해나는 일이다. 노력이 아닌 운에 의해 큰 것을 얻으려는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은 드물 것이다.
미국에서 파워볼 복권가격은 2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매주 약 512만명의 성인이 1인당 평균 9400원어치의 복권을 구매한다. 복권이란 많은 사람의 푼돈을 모아 소수의 사람에게 몰아주는, 즉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격이다. 태산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이 달려들도록 만드는 것이 복권의 속성이다. 자본주의와 인간의 심리를 잘 결합한 상품인 셈이다.
복권은 어느 나라든 합법적으로 발행한다.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먼 공산국가조차 대부분 복권을 발행했다. 북한에서도 주민들의 유휴자금을 흡수, 각종 건설에서 발생한 자금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인민복권’을 발행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당첨금액의 3분의1을 소득세 등으로 내고 실제로는 3분의2 정도만 받는다. 미국은 화제가 된 파워볼의 경우 당첨금을 일시금으로 받은 후 중앙정부와 주정부에 각각 납부하는 세금을 내고 나면 실제로는 당첨금의 약 3분의1을 받는다. 파워볼 복권의 당첨금을 30년 연금으로 분할 지급받으면 세금이 줄어든다.
하지만 세금을 더 많이 내더라도 대부분 일시금으로 받는다. 거액을 받아 ‘한방’에 인생역전을 하고 싶어서다. 복권이 합법화된 배경에는 저항 없이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깔려 있다. 복권은 부유한 계층보다는 서민 계층이 더 많이 사기 때문에 복권이 많이 팔릴수록 부자가 아닌 서민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고통에서 해방된 사람들
당첨된 복권을 통해 삶의 큰 고통에서 해방되는 사람도 가끔 나타난다. 지난 5일 추첨한 제692회 로또의 경우 4년 전 남편의 사업 실패로 10억원의 큰 빚을 진 가정주부가 당첨돼 생활고에서 벗어난 기쁨을 로또복권정보업체의 게시판에 글로 남겼다.
지난해 12월2일 발표된 ‘제231회 연금복권520’은 희귀병을 앓는 형과 생계를 책임지는 동생이 나란히 1등과 2등에 당첨됐다. 연금복권520은 1등에게 연금식으로 20년간 매월 500만원씩 당첨금이 지급되며 2등에게는 일시금으로 1억원이 지급된다. 장애를 갖고 희귀병을 앓으면서 많은 치료비가 들어가던 형제에게 밝은 희망이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24일자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 35명이 복권 1등에 당첨돼 어려운 타향생활에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지난 1월24일에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20세 남성이 43만4000달러 복권에 당첨된 후 복권당첨금을 노리고 집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가 좋은 마음으로 당첨금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음에도 불행한 일을 당한 것이다. 당첨 사실이 알려진 후 자선단체를 사칭하거나 어려운 경제사정을 호소하며 돈 달라는 요청에 시달리는 사례도 국내외에 적지 않다.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경우는 소액의 복권을 조금씩 사지 않고 하루아침에 팔자를 고치겠다며 다량으로 살 때다. 인생역전을 꿈꾸며 3000만원어치 복권을 샀다가 낙첨되자 자살한 30대 중국식당 종업원,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다 통장잔고를 모두 털어 복권을 산 뒤 목숨을 끊은 20대 청년, 회사에서 물러난 후 퇴직금이 든 통장에서 매주 30만원씩 꺼내 로또를 구입하다가 통장계좌잔고가 제로가 되자 유서를 남긴 사람. 딸의 퇴직금을 복권에 투자해 몽땅 날린 후 부녀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딸만 하늘나라로 보낸 아버지까지.
벼락 맞을 확률보다 훨씬 더 낮은 확률에 기대 인생역전을 꿈꾸는 것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노력해 인생역전을 이룰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에 유념하자. 운을 향한 노력이 아니라 필연을 향한 노력을 오랫동안 꾸준히 기울여 커다란 부를 이룬 사람들은 삶의 지혜까지 터득하고 성공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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