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누구나 자산이 불어나길 바랄 것이다. 자산 증가는 수입과 지출의 차이로 결정되므로 수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을 줄이는 것 또한 필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속담이 있다. 독에 부어야 하는 물의 양보다는 빠져나가는 과정의 조절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지출은 크게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로 구분한다. 소비지출에는 생활을 위해 소비하는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상품 및 서비스 구입 비용이 들어가며 비소비지출은 조세·공적연금·사회보험·비영리단체로 이전·가구 간 이전 등이 포함된다. 이 중 평소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소비지출이다.

독이 커도 물이 적게 차 있는 경우도 있고, 작아도 물이 많이 찬 독도 있다. 수입이 많아도 순자산이 적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순자산이 계속 늘어나는 사람도 있다.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신용카드, 마이너스통장, 각종 신용대출이 보편화된 이후에는 당장 현금이 부족해도 돈을 쓰기 쉬워졌다. 이때 기대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아 가계가 적자를 이어가면 생활이 어려워진다. 오래전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전문가가 진단한 후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이 재정문제에 시달린 근본적인 원인은 수입이 적은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 잘못된 소비습관에 기인했다.

◆효용성 가늠 후 소비계획 세워라


소비는 개인의 취향과 생활수준에 따라 달라지므로 얼마를 소비하는 것이 적정한지 정답이 없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데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TV 보면서 집밥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집밥을 먹더라도 먹기 편하게 가공된 식품을 사서 먹는 사람도 있고 식재료를 직접 가공해 먹는 이들도 있다. 돈이 들더라도 드넓은 잔디밭에서 골프 치는 것을 낙으로 삼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새소리나 물소리를 들으며 등산하는 걸 좋아하는 계층도 있다. 절약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안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빚을 내면서 지출을 늘린다면 곤란하지만 그렇지 않은 한 각자의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소비수준을 결정하면 된다. 다만 삶의 질과 행복을 희생하지 않은 채 가급적 돈을 적게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이 미래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현재 여기저기에 투자하듯이 개인도 미래를 위해 현재 돈을 쓰기도 한다. 이때에는 똑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미래에 자산이 더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효율적인 지출을 하려면 소비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무조건 돈을 아끼는 것이 좋은 소비계획은 아니다. 돈을 지출하는 목적과 돈을 사용할 때 얻어지는 효용성을 가늠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소비계획 없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쓰면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고 나중에 돈이 꼭 필요할 때 돈을 쓸 수 없게 된다. 또 나중에 지출되는 돈 때문에 재정목표 도달이 힘들어진다. 소비계획을 통해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적은 지출을 줄이고 소비습관을 통제해야 재정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재정목표 ‘중간점검’ 필수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간점검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중간중간 저축을 얼마나 더 늘리고 소비지출계획은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파악해야 한다. 수입이 줄거나 저축을 늘리고자 한다면 주기적으로 지출되는 항목보다 임의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먼저 줄여야 한다. 자동차 수리비나 의료비처럼 임의적으로 지출되던 금액이 자동차가 오래됐거나 꾸준한 건강관리가 필요해 주기적으로 돈이 나가게 됐다면 주기적 지출금액으로 계획에 넣는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6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0.5% 늘었다.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반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1.6% 늘어 흑자폭이 커졌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2011년부터 5년 연속 하락해 71.9%로 내려왔고 흑자율은 28.1%를 기록, 최고치로 올랐다.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월 100만원 버는 돈에 대해 71만9000원을 쓰고 28만1000원을 비축했다는 의미다. 이 통계는 전국 8700개 표본가구가 기록한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로 소비계획을 어느 정도 세우며 살아가는 가구는 흑자 폭을 키우고 저축을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월평균 지출이 줄어든 품목은 의류·신발(16만2000원), 교통비(32만2000원), 통신비(14만8000원), 교육비(28만3000원) 등으로 각각 전년대비 4.4%, 3.7%, 1.7%, 0.4% 감소했다. 주거·수도·광열(27만7000원)부문의 지출은 4.8% 증가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거용 연료비 지출이 5.7% 줄었지만 월세가구 비중이 늘면서 실제 주거비가 20.8%나 증가한 탓이다.

월세가구 비중은 1975년 관련 통계조사 이후 처음으로 전세가구 비중을 넘어섰다. 2010년 대비 전세 비중은 6.2%포인트 줄어든 반면 월세 비중은 2.8%포인트 늘었다. 월세시대의 고착화에 따라 노후에 주거비 지출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내집 마련을 재정목표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보건비(17만4000원)와 음식·숙박(33만9000원)부문의 지출은 각각 3.6%, 1.4% 늘었다. 담배값이 인상돼 주류·담배 지출(3만3000원)이 가장 큰 폭인 18.8% 증가했다. 주류·담배 지출을 줄이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겠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월평균 35만4000원으로 0.8% 늘었는데 육류(6.7%)와 채소·가공품(4.3%) 지출이 증가한 데 기인한다.

◆삶의 안전성·개인 만족도 높여야

전체적으로 소비지출금액을 줄이더라도 어떤 품목의 소비를 늘리고 어떤 품목에서 줄여야 하는지 정해진 답은 없다. 돈이란 어느 곳이든 쓸 가치가 있지만 사용처에 대한 우선순위는 각자 다르다.

누구는 식비지출이 많아도 상관없는 반면 누구는 식비를 줄이고 자기계발비를 늘리고 싶어한다. 또 누구는 자신이 즐기는 문화나 오락에 더 많은 돈을 쓰고 누구는 의류와 신발 구입에 더 많은 돈을 쓴다. 문화오락비도 여행에 쓰는 사람이 있고 운동경기나 공연 관람에 주로 지출하는 사람도 있다. 소비계획을 세울 때 각자의 상황과 지향점에 따라 우선순위를 감안해 배분하는 게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된다.

소비지출 중 각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나이에 따라 변한다. 가계 소비지출구조를 분석한 결과 가구주가 30~40대인 경우 교육, 오락·문화, 음식·숙박, 교통 등의 소비지출 비중이 많고 60세 이상 가구는 식료품·보건·주거 관련 소비지출비중이 높았다. 이를 감안해 소비지출계획을 나이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비지출계획은 각자의 현재 상황에 맞추되 미래 재정목표에 도달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또 같은 금액이라도 삶의 안정성과 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