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을 사겠다.”


지난 1월 쉐보레 올 뉴 크루즈의 가격이 공개된 뒤 온라인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댓글이다. 한국지엠이 그린 올 뉴 크루즈의 청사진은 분명 국내 소비자들이 기다리던 ‘아반떼 대항마’와는 차이가 있다. 이 가격으론 아반떼와 판매량 대결은 불가능할 것이 자명하다.


한국지엠도 이런 소비자의 지적을 모를 리 없다. 황지나 한국지엠 부사장은 지난 8일 쉐보레 올 뉴 크루즈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국내 준중형차 시장이 가격에 민감한 건 사실이지만 기본기와 경량화, 차체 크기의 확대 요구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기본 이상의 성능과 가치를 찾는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 아반떼도 이전 모델에 비해 진일보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으리라 생각하며 시승차로 향했다. 하지만 시승을 마치고 나자 이 정도라면 300만원을 더 지불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 뉴 크루즈. /사진제공=한국지엠

◆ 얼굴은 말리부, 몸매는 아반떼

처음 마주한 신형 크루즈는 이전 모델의 모습을 완전히 지운 듯 했다. 골격이 바뀌면서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차고 바뀌었다. 신형 크루즈는 쉐보레와 오펠이 함께 개발했다. 차체는 오펠 아스트라와 공유한다.


유럽에서 개발된 모델이어서 일반적인 ‘미국차’와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보닛이 짧고 앞유리가 전면배치된 ‘캡포워드’ 스타일이 적용됐다. 덕분에 실내공간이 넓어지고 공기저항도 줄어들었다. 동급 최고수준으로 커졌다는 차체 크기는 캡포워드 디자인 때문인지 오히려 더 작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전면부의 디테일은 영락없는 말리부다. 쉐보레의 패밀리룩 디자인 요소인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위쪽 그릴 좌우로는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길쭉하게 뻗어 있는데 주간주행등을 켜면 상당히 강한 인상을 준다.


측면 캐릭터 라인도 말리부와 유사하지만 비율이 달라진 탓에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긴다. 강렬한 전면디자인과 달리 후면부는 다소 심플하다. 세련됨 보다는 밋밋하다는 느낌이 더 든다.

차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동급 중 가장 크다’는 한국지엠의 설명이 이해가 간다. 운전석에 앉으면 일반적인 중형세단과 실내공간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콕핏형태로 구성된 운전석과 조수석은 안락한 느낌을 준다. 대시보드와 시트 가죽엔 동일한 재봉선이 들어가 단조로운 느낌을 피하는 동시에 일체감을 준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익숙하지 않다. 8인치 모니터 양쪽에 송풍구가 배치됐는데 얼핏보면 하나의 부품같은 형상이다. 버튼과 다이얼 배치는 다소 정신없어 보이지만 큼직하게 구성돼 사용하기 편하다.

후열좌석 역시 무릎공간은 중형에 가깝다. 다만 트렁크로 떨어지는 루프라인 때문에 머리공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공기저항 계수를 낮추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올 뉴 크루즈. /사진제공=한국지엠

◆ 드라이빙 감성 채우는 '기본기'

이날 시승구간은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경기도 양평 중미산 천문대를 왕복하는 142㎞였다. 한국지엠 홍보팀 측은 “중미산 와인딩 코스에서 코너링의 감각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이같은 코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기어노브를 D(드라이브)에 두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차체가 가볍다는 게 단번에 느껴진다. 이전모델 대비 차체를 키웠지만 무게는 110kg나 줄었다. 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밟자 절로 탄성이 나왔다. 폭발적인 가속은 아니지만 응답성이 뛰어나고 가속질감이 기대 이상이다. 차체와 파워트레인의 궁합이 좋아야 이런 질감이 나온다.

탑재된 1.4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은 트랙스나 이전 크루즈에 들어가는 엔진과는 다르다. 말리부 1.5리터 터보 모델과 같은 계열의 엔진으로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토크 24.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전모델의 1.4리터 엔진보다 출력은 13마력, 토크는 4kg·m 높아졌다. 변속기는 앞서 말리부를 통해 능력을 검증한 바 있는 GEN3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준중형차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주행질감을 느낄 수 있다. 폭발적으로 치고나가는 느낌은 없지만 낮은 RPM구간부터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속도를 높인다. 변속 충격이나 터보랙은 찾아볼 수 없다. 낮은 속도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끝까지 밟으면 킥다운 버튼이 눌려 기어단수를 낮춘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기어노브를 매뉴얼로 조작했다. 기어 작동방식이 토글방식에서 팁트로닉 방식으로 바뀌었다. 노브를 잡는 자세가 한결 편해졌고 변속 조작이 직관적이다.

코너링 성능 역시 뛰어나다. 스티어링의 직결감이 높다. 국산 준중형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칼럼타입 전자식조향장치(C-MDPS) 대신 직결성 높은 랙타입(R-MDPS)이 적용됐다. 이런 점이 가격 상승 요인이라 여겨진다. 신차용 타이어로 들어간 미쉐린 타이어는 노면을 잘 잡아줘 안정적이다.


올 뉴 크루즈. /사진제공=한국지엠

◆ 아쉬운 마감·편의사양

신형 크루즈의 아쉬운 점은 ‘세심함’이다. 우선 마감소재가 아쉽다. 내장재로 사용된 플라스틱의 질감이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고 손닿는 부분을 부드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안전 및 편의사양 구성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아반떼보다 비싼 자동차임에도 조수석 전동좌석과 버튼식 사이드브레이크 등을 선택할 수 없다. 준중형 최초로 적용된 차선유지 보조장치(LKWS)도 조향 개입이 심해 사용이 꺼려졌다. 9개의 스피커로 이뤄진 보스 사운드시스템과 애플 카플레이 등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