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꽃다운 나이에 젊은 PD가 죽었다. 사인은 자살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회사는 업무환경 등이 아닌 죽은 PD의 나약함으로 돌렸다. 이미 하늘나라로 간 이 청년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다. 





故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이 PD의 자살 사건이 주목을 받고 있다.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4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대책위는 'tvN'의 드라마 '혼술남녀'를 제작하던 이 PD 사망의 책임에 드라마 제작의 열악한 환경, 회사의 과도한 업무부여, 언어폭력과 괴롭힘 등이 있다고 밝혔다.





고인이 된 이 PD은 지난해 1월 CJ E&M PD로 입사, 4월에는 CJ E&M 방송부문 tvN 제작본부 기획제작 2CP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다. 





대책위의 조사에 따르면, 이 PD는 ‘혼술남녀’ 촬영이 시작한 지난 8월 27일부터 실종된 날까지 55일 동안 단 2일만 쉰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발신한 통화 건 수만 1547건이었으며 촬영이 바빴던 9월 20일에서 29일까지 이 PD의 수면시간은 평균 4.5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26일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 날 고인은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인의 사인은 자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또 혼술남녀 제작팀이 첫 방송 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 했는데 이 업무를 한빛 씨에게 일임해 그가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회사는 ‘개인이 나약해서 죽은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CJ E&M 측에 이한빛 PD의 죽음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하루 앞서 이한빛 씨 동생 이한솔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서 한솔 씨는 “(형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PD가 됐지만 손수 계약직 직원들의 ‘정리’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며 “저항, 아니 작은 몸부림의 결과 때문이었을까. 그는 현장에서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솔 씨는 “형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 선임은 부모님을 찾아와서 이한빛 PD의 근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무려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다”며 “생사가 불투명한 그 순간, 사원을 같이 살리려는 의지 하나 보이지 않고, 오직 책임 회피에 대한 목적으로 극도의 불안감에 놓인 부모님께 비난으로만 일관하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인가. 결국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회사직원에게 사과를 했고, 몇 시간 뒤 자식의 싸늘한 주검을 마주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적었다.





또 한솔 씨는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았고, 형이 사라진 순간에도 ‘X새끼’ 등 비아냥의 대화만 남아 있었다”며 “알고 보니 그들이 부모님께 처음 연락을 취한 이유도 사라진 사람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형이 챙겨두었던 법인카드 한 장을 회수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사망 사건에 대한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과 온라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CJ E&M 본사 앞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드라마 현장의 노동실태와 폭력에 대한 온라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국회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CJ E&M 측은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