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잘못 짚었어요.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니라 다 터지게 생겼다니까요.”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정책에 대한 한 보험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그는 왜 이번 정책이 공생이 아닌 공멸로 갈 수 있다고 지적한 걸까.

지난달 2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실손보험료 인하 정책을 내놨다. 논리는 간단하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늘려 지급될 실손보험금을 최소화해 보험사가 반사이익을 보게 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보험사가 보험료를 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쪽을 눌러 다른 쪽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풍선효과를 실손보험에 적용하겠다는 논리다.


분명히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늘리면 보험사의 실손보험 지급금은 줄어든다. 하지만 여기엔 총 의료비가 반드시 같아야 하는 전제가 붙는다. 

A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료비 1만원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국민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돼 의료비 1만원 중 7000원을 정부가 부담할 경우 보험사는 3000원만 지급하면 된다. 과거 9000원까지 부담했던 보험사의 지급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총 의료비가 늘어날 때다. 현재 비급여는 가격·명칭 등이 통일돼지 않아 건강보험 보장을 늘릴 경우 의료계가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다. 

즉 총 의료비 1만원이 2만원, 3만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계가 실손보험금 지급 문제를 두고 보험업계와 충돌해온 정에 비춰볼 때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이 점이 명확하지 않다. 물론 비급여 진료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공개 대상을 ‘병원급 이상’으로 제한했다. 비급여 진료는 병원급보다 작은 의원급이 훨씬 많다. 이번 정책에 보험사들의 속이 타는 이유다.

실제로 과거 5년 동안 정부가 비급여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는 현 사태를 더 정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 보험료를 내리는 정책이 아니라 진료행위 및 진료비 적정성을 제대로 심사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그대로 두고 결과물만 통제하는 식의 정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저렴한 보험료가 아니라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제대로 된 보장을 받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 3200만명이 가입한 '국민보험'이다.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본질적인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