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가 회복되는 가운데 롯데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이 5차 협상을 앞두고 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임대계약이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3개월간 끌어온 임대료 관련 양측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인천공한 내 롯데면세점. /사진 뉴시스 임태훈 기자

그럼에도 양측은 공정위 제소 건과 별개로 5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5차 협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공정위의 조정 기간 중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5차 협상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롯데면세점은 이전부터 주장한 ‘전면철수’ 카드를 꺼내들 조짐이다.

인천공항 측은 지난 9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임대료 감면 방안을 발표하면서도 롯데면세점의 임대료 조정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양측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벼랑 끝에 서 있는 형국이다. 각자의 입장이 확연함에도 누구 하나 결정을 못 내리고 시간만 질질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롯데면세점 ‘공정위 제소’ 초강수


롯데면세점은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난 2일 인천공항공사를 대상으로 공항면세점 임대계약과 관련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에서 문제 삼은 것은 크게 두가지다. 임대료 감소 요구를 원천적으로 불허하는 특약 조건과 과도한 계약해지 조건이다. 우선 면세점 사업의 경우 운영 특성상 국제정세와 정부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특약으로 인해 임대료 재협상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 공정하지 않다고 롯데면세점은 지적했다.


또 전체사업기간(5년)의 절반이 경과하지 않으면 면세사업자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점, 계약 해지 시 위약금(사업 마지막 연도 최소보장액의 25%)이 과도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두가지를 근거로 인천공항공사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게 롯데면세점 측의 주장이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특약 조건의 경우 과거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과의 계약내용에 '외부요인으로 발생하는 영업환경 변화와 매출감소를 사유로 임대료와 임대보증금 조정 등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된 점을 강조했다.


이로써 양측의 임대료 문제는 공정위로 공이 넘어갔다. 조정 기간은 최대 90일로 해당 기간 내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공정위가 내년 초 직접 인천공항공사의 불공정거래행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롯데면세점의 초강수에 업계 일각에선 인천공항과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공정위 제소 건과 별개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5차 협상 테이블은 공정위 조정 기간 중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9일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 조정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현재 T1에서 출국장면세점을 운영하는 면세사업자 중 롯데면세점이 가장 많은 사업권(DF1, DF3, DF5, DF8 구역)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설명회는 롯데면세점 임대료 협상과 관련된 조정이 아닌 내년 1월 개항하는 제2여객터미널에 따른 조치다. 일부 항공사가 제2여객터미널(T2)로 이동하는 만큼 T1 고객이 분산되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즉 롯데면세점에서 요구하는 영업요율 방식 임대료 산정으로의 변경이 아니라 2년 전 공사 측이 T2 개항 시 T1 사업자들의 임대료를 조정해주겠다고 약속했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T1에서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제주공항 사례처럼 매출액 연동 영업요율 납부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기대했지만 인천공항 측은 “임대료 자체를 일괄 30% 인하하는 방안”이라며 일축했다.

접점 없이 '벼랑끝 대치'… '제주공항-경영평가' 딜레마


아직 공식적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통보하지는 않았지만 5차 협상에서도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다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T1에서 전부 발을 뺄 태세다. 내부에서 계약해지 위약금을 물더라도 철수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힘을 받아 인천공항 철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제주국제공항 예비사업자로 선정돼 마지막 PT 준비에 돌입한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인천공항에서 쉽게 발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인천공항 철수 카드를 지금 빼든다면 제주공항 최종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수많은 인력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으면서 발생할 잡음도 부담 요인이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직원들은 5차 협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면세점 임대료로 수익을 얻는 인천공항공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공항면세점 중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이 빠진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롯데면세점이 빠질 경우 그 면적을 채울 만한 대체 사업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임대료를 인하했다가는 자칫 연말 공기업 평가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는 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 모두 뚜렷한 절충안을 찾지 못한 채 연말은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한 모습”이라며 “제주공항 최종 사업자 발표일인 내달 중순까지는 양사 모두 어떻게든 협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