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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출범했다. 정부, 학계, 업계, 시민단체 등 통신관련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이날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첫 회의를 갖고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정부 추천으로 참석한 강병민 경희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한 협의회는 운영방안과 의제 등을 결정했다. 첫 회의에는 강 위원장을 비롯한 통신정책 관련 전문가 4명,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등 소비자 시민단체 4명, SK텔레콤·KT·LG유플러스·삼성전자 등 통신업계 이해관계자 7명, 정부 관련부처 5명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지나치게 의제가 확대되는 것을 지양하고 통신비 관련 현안에 집중한다는 방침 아래 내년 2월까지 100일간 토론을 벌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의회가 국민 눈높이와 통신시장에 걸맞은 합리적 통신비 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이를 추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닻 올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먼저 의제로 상정한 후 보편요금제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다. 협의회 측은 “단말기 자급제, 보편요금제 순으로 우선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 운영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월 2회 회의를 개최한다. 2주에 한번 꼴로 100일간 약 6번의 회의를 여는 셈이다. 매 회의 결과는 보도자료 배포 및 브리핑을 통해 공개하며 경우에 따라 공청회도 개최한다. 협의회 운영 결과는 내년 3월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되고 입법과정에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강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어서 합의는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지난 6월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대책에서 언급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체화한 기구다. 9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언급한 대로 행정부 내에 설치됐다.


전국민의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닻을 올린 협의회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계통신비와 관련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절충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이슈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100일이라는 한시적인 운영기간과 법적인 구속력을 갖추지 않은 협의체라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 /사진=뉴스1 DB

◆산 넘어 산… 협의회 문제 산적

협의회는 민간합동 자문기구 수준에 지나지 않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기구에서 도출된 논의 결과는 국회에서 참고용으로만 사용될 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는 까다로운 단계를 거쳐야 한다. 진통 끝에 협의회가 설립됐지만 논의결과가 통신시장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번 논의 기구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와 다르게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명목상 전국민의 통신비 인하방안을 논의하지만 대국민 의견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민의 실질적인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한 시민은 “국민의 통신비 인하방안을 논의하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사실상 통신업계와 휴대폰제조사, 유통업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점도 협의회의 한계로 지적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9석으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한 자유한국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측은 “협의회는 통신 기본료 폐지라는 무리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라며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률을 국회 밖에서 논의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자유한국당이 협의회가 도출한 내용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에 전문가 추천을 요청한 상태”라고 수습했다.


◆한계 넘어 결과 도출할까

협의회 내부 운영도 넘어야 할 산이다. 매번 회의 때마다 의제를 조율해야 하는 만큼 위원들의 신속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첫 회의부터 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 황우택 교수 등 일부 위원이 불참했다. 이를 두고 협의회 한 관계자는 “국민의 시선이 쏠린 사안인 만큼 협의회를 잘 이끌어보자는 마음은 같다”며 “다음 회의 때는 필요한 의제를 더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무엇보다 한시적 운영기구라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100일안에 성과를 도출하기는커녕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만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반응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벌써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협의회에 참가 중인 한 시민단체는 성명을 통해 “통신공룡 3사가 정부 정책을 매번 반대하며 가계통신비 절감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면서 “통신사들이 이처럼 탐욕을 고집한다면 국민의 저항과 여론의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협의회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장소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갈길이 험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