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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취업시즌을 지나는 청년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원하는 기업에 취업된 청년이 있는가 하면 최종 합격통지서를 받지 못해 우울하게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취업준비생도 있기 마련. 미취업자 대부분은 한동안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며 이른바 '캥거루족'으로 살아야 한다.
최근 경기도 소재 모 업체에 합격한 한 대졸예정자는 회사가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입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하지만 서울 집에서 벗어나기 싫어서다. 이처럼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자발적 캥거루족이 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캥거루족은 어미의 주머니 속에 들어앉아 먹이를 받아먹으며 살아가는 캥거루 새끼의 상황과 비슷해 생겨난 용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캥거루족을 '25세 이상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면서 미혼인 경우'로 정의했다.
캥거루는 호주와 그 주변 섬에 주로 분포한다. 새끼가 태어나면 앞발만 사용해 힘들게 어미 배로 기어 올라가 주머니에 들어가서 젖을 먹고 자라는데 6개월~1년이 되면 독립한다. 이에 반해 캥거루족은 1년 훨씬 넘게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경우가 흔하다. 베이비부머 가구에서 캥거루족은 최소 25세에서 최대 36세까지 분포한다. 캥거루족의 63.7%가 20대로 많지만 36.3%는 30대에 속한다.
캥거루족이 있는 가구의 비중은 1985년 9.1%에서 2010년 26.4%로 크게 늘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또 서울에 거주하는 미혼인 청년(25~34세)을 대상으로 한 서울연구원(2016년) 조사에서는 55.9%가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올 4월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20~3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에도 응답자의 50.2%가 자신이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요즘은 청년층의 절반 정도가 캥거루족임을 알 수 있다.
◆스스로 미래비전 찾아야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으면 발전적 방향으로 노력하는 동기가 약한데 캥거루족은 같은 연령대보다 경제활력지수가 11.8% 낮을 뿐더러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지수 역시 9% 떨어진다. 사회생활에 적극적이지 않고 사람과의 교제도 적게 하는 편이다. 집에서 게임이나 하며 지내는 날이 많아지면서 습관으로 굳어진다. 이런 성향이 캥거루족이 되게끔 만든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서울서베이 조사에서 캥거루족 청년층 응답자의 27.0%가 "지난 1년 동안 모임 또는 단체 활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참여한 단체활동은 동창 모임이었다. 자원봉사 참여율은 2013년 17%에서 2015년 10%로 줄었다. 사적인 개인활동만이 아니라 공적인 사회활동에도 소극적인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일자리 정보를 많이 얻는 세상이지만 사람을 만나 교제하면서 일자리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특히 한두명 정도만 필요할 때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추천받은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필자도 지인이 일자리를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채용을 원하는 곳에 소개한 적이 있다. 자질을 충분히 갖춘 사람을 소개했기에 서류전형과 면접을 무난히 통과했다. 구인·구직 양측의 상황과 특성을 동시에 잘 알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추천해주는 사람 중에서 뽑으면 양측 모두 만족스런 결과가 나온다.
미취업 상태의 캥거루족은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인적 교류를 하다 보면 인연이 닿아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얻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실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개 채용과 별도로 추천 들어오는 소수 인원 중에서 채용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기업도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학 재학 중 일찌감치 자신의 인생과 연계해 미래 비전을 스스로 찾는 것이다. 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내놓은 ‘캥거루족의 실태와 과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대학 졸업 전까지 취업목표를 세운 적이 없는 대졸자의 경우 54.5%가 캥거루족에 속했지만 취업목표를 세운 대졸자는 캥거루족 비율이 48.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라
어려서부터 부모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라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부모가 자식을 계속 데리고 살면서 영향력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집도 있다. “캥거루족은 헬리콥터 부모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 실제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캥거루족이 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헬리콥터맘은 먹고 살기 빠듯한 집보다는 경제력과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집에 더 많은 편이다. 캥거루족 비율은 연간 가구소득 2000만원 미만인 가구 53.7%, 6000만~8000만원인 가구 68.5%, 8000만원 이상인 가구 80.9% 등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많은 부모일수록 자녀에게 생활비를 기꺼이 대줘 자녀가 캥거루족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선호도 높은 곳에 취업할 때까지 자녀 교육훈련에 더 오랜 기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넌 공부만 하면 된다. 나머지 모든 것은 이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 헬리콥터맘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 부모에게 의존하는 태도가 결혼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바람직한 형태는 부모와 함께 살지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캥거루족인데 이들은 전체 캥거루족의 10분의1에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형태에서는 자식이 일방적으로 부모의 혜택을 받지 않고 부모와 자식이 한집에 살면서 삶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가능하다. 미혼인 자식 입장에서는 월세 등 주거비 등이 나가는 게 없어 저축할 여력이 생긴다. 식비·냉난방에 들어가는 관리비 등도 절약된다. 퇴근 후 집에서 혼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는 살림을 하면서 자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컴퓨터를 사용하다 잘 모르는 경우에도 쉽게 물어볼 수 있다.
다만 한집에서 사는 자식의 사생활은 간섭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법적 성인이 된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자식 역시 내 인생만 주장하지 말고 권리에 책임이 따르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어떤 공동체에서도 구성원 각자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듯이 부모와 함께 사는 공동체에서도 가사분담을 비롯해 해야 할 몫이 있다. 부모 집에 살면서 절약되는 주거비의 일부라도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린다면 더욱 좋다.
방송에서 어떤 사람이 부모님이 요즘 돈을 잘 못 벌어 속상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취업 준비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1년 이내 일시적인 캥거루족으로 남는 건 상관없지만 취업 후까지 나아가 평생을 부모 경제력에 의지하며 지내는 사람은 부모가 노후에 능력이 떨어지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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