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30N'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성장가도를 달리던 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성장통을 앓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악화와 공유경제 확산으로 신차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장기간 파업에 따른 생산량 감소, 대규모 수입차 인증취소사태 등 국내외 커다란 악재가 최근 몇년간 이어지며 관련업계가 어려움에 빠졌다.


통상임금 소송의 일부 승소에 박수치는 기아차 노조측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이에 자동차업계 수장이 잇따라 교체되고 각자의 생존권을 놓고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가 하면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도 했다. 또 제도의 사각지대에 숨어 곪아오던 문제가 대형사고로 터져 나왔다. 국내 자동차업계에 본격적인 변혁기가 찾아온 것이다. 2017년 자동차업계를 뜨겁게 달군 5대 이슈를 살펴봤다.

◆CEO 잇단 경질

지난해 2월 취임한 제임스김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8월31일 돌연 사임했다. 그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 겸 CEO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1년 만인 올 2월 누적수출 2000만대 금자탑을 쌓았고 지난해 회사 출범 15년 만에 최대실적을 거두며 잠시나마 분위기가 반전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직된 노사관계가 CEO 전격교체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나왔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생산관리전문가로 불리는 카허 카젬 GM인도 사장이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르노삼성자동차 최초의 한국인 CEO로 이름을 올린 박동훈 사장도 지난 10월31일자로 사장직에서 갑작스레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내수판매 부진에 따른 경질설과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재직 시절 벌어진 배출가스 조작 논란과 관련된 잦은 검찰조사 등으로 부담을 느껴 자진사퇴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이에 르노삼성 측은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했다고 해명했다. 르노삼성의 신임 사장으로는 재무통인 도미니크 시뇨라 RCI뱅크앤서비스 부사장이 부임했다.

◆기아차 노조 통상임금소송 승소



기아자동차는 지난 9월25일부터 잔업을 중단했다. 특근과 잔업 시 임금이 가중되는 임금체계에서는 이를 시행할수록 손실이 커지고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8월31일, 무려 6년을 끌어온 기아차의 통상임금소송 1심에서 법원이 원고인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관련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7868억원을 기록한 기아차는 판결에 따라 1조원을 즉시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했다. 당시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인 업체(100인 이상 기업)만 해도 115곳에 달해 기아차 소송 판결이 줄줄이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자동차업계는 기아차의 잔업중단과 특근최소화가 예견된 수순이라고 본다. 문제는 협력사다. 완성차업계의 물량감소로 매출하락이 불가피하며 나아가 자동차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거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노사가 대내외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게 우선이며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인증취소 사태


올해는 수입차업계에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국내 15개 수입차회사를 대상으로 인증서류를 조사했고 지난 1월 포르쉐 7개 차종(4개 차종은 단종)과 닛산 1개 차종, BMW 1개 차종에서 인증서류 조작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인증취소와 함께 총 71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지난 11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BMW·포르쉐 등 독일 프리미엄브랜드 3사의 제품 인증 관련 불법행위가 드러났다. BMW코리아가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고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포르쉐코리아가 배출가스·소음 부품을 변경하고도 사전인증을 받지 않고 차를 판 것. 정부는 행정처분과 함께 역대 최대규모의 과징금인 총 703억원을 부과했다.


문제가 된 차종은 대부분 수입차시장이 폭풍성장한 시기인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인증을 받았다. 인증이 오래 걸리면 통관절차가 늦어지고 제품출시가 늦어지기 때문에 관행처럼 서류 위·변조를 해왔다는 게 환경부와 수입차업계의 설명이다.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관련부서에 인력을 보강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2015년 이후 인증받은 대부분의 차종엔 문제가 없다.

◆고성능차시대 본격 개막

올해는 어느 때보다 고성능차의 출시가 많았다. 업체들은 단순히 제품을 내놓는 것을 넘어 고성능브랜드의 출범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또 차를 마음껏 즐길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도 집중했다. 나아가 국산차업체가 고성능차를 잇따라 내놓으며 관련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모양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11월 고성능브랜드 메르세데스-AMG 50주년을 맞아 전용매장을 설치하고 라인업 강화를 선포했다. 나아가 내년부터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의 이름을 AMG-스피드웨이로 바꾸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0월 BMW코리아는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누적 방문객이 5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길이 2.6㎞ 트랙에서 고성능차를 몰 수 있고 다양한 운전교육을 통해 자동차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볼보자동차는 고성능라인업 ‘폴스타’를 소개했다. 폴스타는 볼보차 전문 튜닝회사였지만 볼보가 흡수 합병하며 벤츠의 AMG, BMW M처럼 브랜드 간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중이다. 볼보는 폴스타를 친환경을 앞세운 고성능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국산차 중에는 기아자동차가 스팅어로 포문을 열었다. 론치콘트롤을 활용하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4.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3가지 엔진 중 가장 강력한 3.3리터 트윈터보 GDi 모델은 최고출력 370마력(PS), 최대토크 52.0㎏·m의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제네시스도 G70으로 수입차를 견제한다. 아울러 지난 7월 현대자동차는 독일에서 i30 N을 통해 고성능브랜드 ‘N’을 공식 발표했다. ‘N’은 현대차의 글로벌 R&D센터가 있는 남양에서 설계하고 악명 높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혹독한 품질테스트와 세팅을 거쳐 완성한다는 의미다. 내년 출시되는 신형 벨로스터도 N 모델이 추가된다.


이밖에 캐딜락 V, 아우디 RS, 폭스바겐 R과 함께 쉐보레 카마로 SS등 다양한 라인업이 국내에서 팔리는 중이다.


◆'도로 위 흉기' 대형버스·트럭



대형트럭이나 버스로 인한 사고는 처참한 결과를 낳는다. 지난 5월 평창 봉평 인근 고속버스 사고, 지난 6월 둔내터널 관광버스 사고,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6중 추돌사고는 운전자들에게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CCTV와 자동차용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는 마치 영화의 CG를 보는 듯 아찔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부분 대형버스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벌어진 사고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 대상 승합차를 길이 11m 초과에서 9m 이상으로 확대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사업용차 졸음운전 방지대책에 사각지대가 넓다는 지적에 따른 것. 당시 여객·화물 운송사업자의 차 중에서 길이 11m 초과 승합차, 총 중량 20톤 초과 화물·특수차에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을 의무화했지만 고속도로를 오가는 광역버스 등은 장착대상에서 빠져 의무화 대상을 늘렸다.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행위에도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며 위반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차등 부과한다. 아울러 대형화물·특수차는 2019년부터 전방충돌경고기능(FCWS)과 차로이탈 경고장치(LDWS)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천안논산고속도로 8중추돌사고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