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감식반이 지난 22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사진=뉴스1 /사진=뉴스1

지난 21일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단열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지상 6층, 높이 22m 이상 건축물의 외벽 마감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나 준불연재를 쓰도록 의무화했지만 유명무실한 것.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천 화재건물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외부마감재는 스티로폼에 시멘트 등을 바르는 이른바 드라이비트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라이비트는 단열 효과가 높고 저렴하지만 불이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가 신축 건물에 불연재 의무화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지난해 4월 이후 신축된 건물에만 적용돼 제천 화재건물도 외장재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지상 8층 규모이지만 개정안 시행 이전인 2011년에 지어져 드라이비트 외벽을 그대로 두고 있다. 

정부는 외장재 문재가 높은 건축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물 마감재를 교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30층 건물 한 동의 외장재를 모두 바꾸려면 35억원가량이 든다.


대피통로 부재도 문제로 지목됐다. 제천 화재건물의 1층 출입문은 2개였지만 같은 방향인 데다 연기와 불길에 휩싸여서 사람들이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 1층을 필로티 구조로 할 경우 유사시 피난에 문제가 없도록 대피통로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건물을 지은 이후 법이 개정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 

이밖에도 건축물 바닥재가 난연재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어 화재 피해가 더 컸다는 문제가 지목된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택,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벽과 천장은 난연재로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실내 바닥은 규제에서 벗어나 제천 화재건물의 2층 목욕탕 탈의실 등은 바닥재가 나무 등 불에 약한 소재가 섞여있었다. 


한편 정치권은 이번 제천 화재를 계기로 제도 보완에 착수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당 정책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 본청에서 제천 화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우재봉 소방청 차장 등 소방청 관계자들과 드라이비트로 지어진 건축물 등의 현황을 조사하고 소방 안전점검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