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산업개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기업 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부동산시장 분석 업계 1위인 부동산114를 인수하며 종합부동산회사로 도약도 꾀한다. 현대산업개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의견은 분분하다. 한단계 도약을 위한 미래 로드맵을 그린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단순히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지나지 않는 데다 시장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맞선다. 브랜드아파트 아이파크를 빼면 이렇다 할 이슈가 없었던 현대산업개발의 최근 행보가 앞으로 어떤 지점에서 멈출지 관심이 쏠린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뉴시스 DB

◆최대실적 올리고 신사업 추진 '탄력'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신규 주택사업 매출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연결기준) 매출 1조3494억원, 영업이익 1716억원, 당기순이익 12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 15.9%, 영업이익은 20.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45.9%나 늘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3조8467억원, 영업이익 4538억원, 당기순이익 3409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7%, 영업이익 16.7%, 당기순이익은 32.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증가한 매출 1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33%가량 늘어난 17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반등으로 한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김대철 현대산업개발 사장의 자신감은 넘쳤고 구상 중인 미래 로드맵도 뚜렷했다. 김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는 사업가적 마인드를 갖추고 올해 핵심과제를 추진하자고 독려했다.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핵심과제로 ▲혁신을 가속할 수 있는 경영프레임 변화 ▲독창적이고 지속가능한 포트폴리오 구축 ▲창조적 연결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성과창출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 등을 제시했다.

그는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우리의 사업 환경 또한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며 “이제는 우량 실적을 넘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혁신은 변화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며 “탄탄한 실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체력이 갖춰진 지금이 변화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지주사 전환·부동산114 인수 속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변화를 모색 중인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변혁의 모멘텀을 그리는 모양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인 HDC(가칭)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가칭)로 조직을 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 이 같은 지주회사 전환 추진에 대해 투자와 사업기능을 분리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책임경영 확대로 주주가치를 증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인 HDC는 자회사 관리와 부동산임대사업 등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건축·인프라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해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 현대산업개발의 복안이다.

지주사 전환 이슈와 맞물려 업계 최대 시장분석업체인 부동산114도 인수했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총 인수가액은 637억원이고,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가 약 8대2의 비율(각각 513억원, 124억원)의 지분을 갖는다. 현대산업개발은 부동산114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사업의 강화 및 건설업 밸류체인 확대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슈의 중심… 곱지 않은 시선

현대산업개발의 포부와 달리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지주사 전환의 경우 명목상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책임경영 확대를 통한 주주가치 증대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정몽규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기업분할을 끝낸 뒤 자회사 중 하나인 아이콘트롤스를 지주사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아이콘트롤스는 친환경빌딩솔루션(IBS)·홈 네트워크, 방범 및 방재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현대산업개발 계열사로 정 회장은 이 회사 지분 29.89%를 보유 중이다. 업계에서는 지주사가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한 뒤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키면 30%에 가까운 지분 확보가 가능해 정 회장의 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의 대부분은 오너일가가 주체고 그들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기업 경영의 근간으로 삼지 않냐”며 “최근 자사주를 적극 매입하면서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온 현대산업개발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인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KB국민은행과 함께 가장 공신력 있는 민간 시장분석 업체로 꼽히는 부동산114를 현대산업개발이 품어 자사에 유리한 정보를 양산해 시장 질서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부동산114 인수에 따라 대주주가 바뀌게 되지만 인수 뒤에도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할 방침”이라며 “부동산114의 사업 영역을 뜯어보면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도록 가공할 만한 아이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세간의 우려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