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벨트 면적 추이/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서울 강남권과 경기 하남시, 시흥시 등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추진한다. 평지가 많고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서초구 내곡동과 송파구 방이동 등 강남권 일대가 후보지로 부상한다. 그린벨트 해제 정책은 역대 정부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카드였지만 번번이 토지 보상과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 지연을 겪어 왔다.


이에 지난 25년 동안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10%에 불과했다. 도시개발과 기반시설 계획을 총괄하는 서울시는 정부 계획에 반기를 들고 있어 어느때보다 난관이 예상된다.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지구를 직권으로 지정해 서울시의 승인 없이 추진하는 방안마저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시 승인 없는 해제 방안 마련

11일 정부·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13일쯤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주택공급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그린벨트 총면적은 149.1㎢다. 2000년 166.8㎢에서 10.6%가 감소했다. 서울 구별로는 ▲서초구(23.89㎢) ▲강서구(18.91㎢) ▲노원구(15.9㎢)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0㎢) ▲강남구(6.09㎢) 순으로 그린벨트 면적이 넓다.

국토부는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일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에 최대 2만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공주택지구의 그린벨트 해제 면적 한도를 기존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지난 6월 지침을 개정했다. 해당 특례는 5년간 한시 적용된다.


서울 노원구 태릉CC와 경기 과천 경마장·옛 국군방첩사령부, 성남 금토2·여수2 등은 그린벨트 총량의 예외 절차를 밟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과 공공주택지구 지정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서울시의 의견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고려되지만 지구 지정과 승인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게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정부가 강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준공업지역 정비사업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약 2만7000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2030년 수도권 135만가구 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금융·세제 지원을 보강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그린벨트 사업 반대

노무현 정부는 2003~2008년 그린벨트 3.47㎢를 해제해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9~2012년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일대 약 5㎢(경기도 포함 34㎢)에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세곡동 6500가구, 내곡동 4600가구, 수서동 4300가구, 우면동 3300가구, 강동구 고덕·강일 1만1800가구 등의 대규모 공급이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약 3300가구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린벨트 해제의 최대 걸림돌은 주민들의 반발이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대를 2000가구 규모의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로 신규 지정하며, 성당 신자들과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은 행정소송과 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우면동 성당 앞에 성당과 마을 존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 과정에서 환경 훼손 논란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이 장기 표류한 사례는 적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서초구 서리풀 1·2지구 사업은 지구 지정 후 토지 보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1지구에 약 1만8000가구, 2지구에 약 2000가구 공급이 계획됐으나 1지구 주민들은 공급 유형과 비율, 보상과 재정착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2지구에서는 송동마을과 식유촌, 우면동성당의 존치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쟁점이다.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사업구역 내 마을과 종교시설을 철거하는 방식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이들의 의견을 국토부와 LH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부터 추진했던 태릉CC와 용산 국제업무지구·캠프킴(주한 미군기지),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 남양주 군부대 등도 서울시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된다. 정부가 새롭게 거론한 용산 어린이정원(옛 용산기지) 부지의 공급 방안도 오 시장의 반대에 부딪쳤다.


전문가들은 사업 속도가 지연될 경우 공사비 상승이 지속되는 현 상황을 볼 때 높은 분양가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초·강남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공급할 경우 토지보상비 등을 반영해 높은 분양가가 예상된다"며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한 정책 의도와 다르게 새로운 고가 주거지를 조성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경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 주택의 수요를 일부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제때 공급이 이뤄진 경우가 드물고 택지 확보보다 입주까지의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