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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인 A씨는 IMF 이전 이민을 준비하며 부동산을 처분하고 달러로 바꿨는데 뜻하지 않게 이민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다시 원화로 환전할 때 원금의 2배 정도를 손에 쥐었다. 추가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폭락한 부동산을 다시 구매하는 과정에서 자산이 3~4배로 늘었다. 투기의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환율로 인해 뜻하지 않은 수익을 얻은 경우다.
물론 반대로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2000년대 중반에 한창 유행한 엔화대출 사례도 있다. 의사들이 개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금리가 매우 낮은 엔화대출을 많이 활용했다. 엔화가 지속적으로 약세인 데다가 금리마저 낮으니 브로커까지 생길 정도로 성행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엔화와 원화의 환율이 역전돼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원금과 이자로 파산을 신청하는 의사가 속출했다.
◆3년 만에 최저, 원화강세 ‘기회’
앞서 이야기한 특수 사례가 아니더라도 환율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할 때 신혼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부모님께 사드릴 선물보따리가 초라해졌고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방법 등 여러 고환율 대처법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원화강세로 환율이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환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한다지만 시장의 기대보다는 완화적이고 수출증가에 따른 결제자금으로 한동안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환율은 일반투자자에게 다소 어려운 주제고 투자를 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도 막연하다. 왜냐하면 투자의 세계에서 환율과 원자재의 방향은 가장 예측하기 어렵고 다른 자산들에 비해서도 영향을 받는 요인이 많아서다. 전문가에게도 환율 예측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해외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저율의 과세와 세금이연을 고려하면 연금에 있어 해외투자는 매우 매력적이다. 따라서 환율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미국증시가 지속 상승했고 역대 최고점을 갱신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주식투자 수익률이 괜찮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에 투자했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수익효과가 반감돼 실제 수익률을 보고 적잖이 당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금에서 불가피한 해외투자를 할 때 환헤지형과 환오픈형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환율의 방향성에 투자하겠지만 대다수는 환율전망이 어렵기 때문에 환헤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헤지가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환헤지형과 환오픈형을 선택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장기투자 ‘환오픈’, 교체 잦다면 ‘환헤지’
우선 장기로 투자할 자산은 환오픈형이 유리하다. 주로 달러와의 환헤지를 많이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한쪽으로 심하게 치우친 불균형상태로 가지 않는 한 결국 환율도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평균으로 수렴하는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평균에 수렴하는 성향이라면 헤지비용이 추가로 드는 환헤지형보다 환오픈형이 유리하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경우 역시 환오픈형이 유리하다. 펀드를 투자할 때 모든 통화를 환헤지하는 것은 아니다. 달러화·유로화·엔화와 같이 주요 통화 위주로 환헤지를 한다. 환헤지는 파생거래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이런 파생거래는 충분한 현물거래가 수반돼야 해서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살펴보면 달러만 환헤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신흥국 통화 환헤지는 보통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 통화 역시 아직은 신흥국시장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원화는 신흥국 통화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이처럼 신흥국시장과 유사한 환율의 움직임을 보인다면 장기적으로 환오픈이 시장수익에 대한 왜곡효과를 줄일 수 있다. 선진국펀드와 신흥국펀드를 함께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환율에 있어서도 상관관계가 반대인 신흥국 통화와 달러화 간에 자연적인 환헤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품을 자주 교체하는 경우라면 환헤지형이 유리하다. 통상 해당 국가의 시장성과가 좋아 자금이 유입돼 환율강세가 나타난다면 환오픈형이 유리할 수도 있지만 환율 예측은 어렵기 때문에 환율 변동 요인을 제거해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특히 채권형과 같이 주로 인컴형 자산에서는 환율의 변동이 수익의 변동폭보다 클 수 있으므로 더욱 환헤지형이 유리하다.
환율은 해외투자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며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환율의 변화를 토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기법이나 상품도 출현하고 있다. 파생상품이 제약적인 연금투자는 직접적인 환율 방향성 투자는 어렵겠지만 장기적립투자와 주기적인 리밸런싱으로 추가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가능하다.
그동안 연금펀드에서는 환율변동이 무조건 위험한 것으로 간주돼 운용사 역시 기존에는 환헤지형을 기본으로 펀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헤지형과 환오픈형을 모두 설정해 투자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다. 환율로 인한 낭패가 아닌 좋은 수익을 얻기 위해 환율 전략을 고려한 투자를 해보는 건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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