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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사상 초유의 오너 리더십 공백 사태를 메울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월13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얻는 대가로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 여파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한일 롯데를 이끌던 신 회장의 공백은 양국 롯데 협력관계 약화 및 한국 롯데 지배구조 재편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위기의 롯데 이끌 구원투수
롯데그룹은 신 회장 법정구속 다음날 임시 사장단 회의를 열고 황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신 회장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를 찾은 비상경영위원회 주요 임원들은 “임직원이 동요하지 않도록 국내외 경영전반을 두루 챙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신 회장은 “그렇게 해 달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 구속은 한국 롯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 롯데와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짙다. 일본 롯데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2월21일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 건을 승인했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신 회장의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신 회장 구속 사태는 일본법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인 신 회장이 1심 선고가 나오기 전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와 만나 구속될 경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먼저 밝혔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과 부회장직은 유지했다. 이는 앞으로 2·3심 재판이 남아있는 만큼 대표이사로 복귀할 길은 열어놓겠다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재계 일각에선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 화학·건설·관광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통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하며 유통·식품부문은 일본 롯데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나머지 부문은 지분 구조상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신 회장과 황 부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일본 롯데 지분율을 낮춰 한일 롯데의 얽히고설킨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했지만 신 회장 구속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 입장에선 한국 롯데 경영에 개입해 얻을 실익이 없다”며 “황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약화된 한일 롯데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다른 과제도 쌓여있다. 우선 시내면세점인 월드타워점 운영 여부가 불투명하다. 1심 재판부가 신 회장을 면세점 특허 관련 뇌물 혐의를 인정한 데 따라 관세청은 롯데월드타워 시내면세점 특허권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오는 5월 사업권이 만료되는 롯데홈쇼핑 재승인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오너 경영자 구속은 정성적 평가를 중요시하는 홈쇼핑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롯데 경영권 방어도 신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황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 구속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대외적 신뢰 회복을 위해서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부회장직과 한국 롯데그룹 회장직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지분율 28.1%)인 광윤사 지분 과반 이상(50%+1주)을 갖고 있다. 앞선 경영권 분쟁에선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27.8%), 5개 관계사(20.1%), 투자회사 LSI(10.7%), 임원지주회(6.0%) 등의 우호 지분을 규합해 경영권을 방어했지만 이번 사태로 이들을 묶는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현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 확보에 성공하면 일본 롯데는 물론 한국 롯데의 화학·건설·관광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도 함께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사업 리스크·경영권 분쟁 난제 산적
이처럼 난제가 산적한 한국 롯데를 이끌게 된 황 부회장은 한국 롯데 성장 과정에서 신 회장과 굴곡을 함께한 핵심 측근이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황 부회장은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발령 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29년간 신 회장을 보좌하며 한국 롯데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95년 신 회장이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기획조정실 국제부 부장으로 함께 옮겼고, 정책본부로 이동할 때도 함께 이동해 다수의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황 부회장은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케이아이뱅크(롯데정보통신) ▲두산주류(롯데주류)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KT렌탈(롯데렌탈) 등 한국 롯데 도약에 일조한 굵직한 M&A 성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5년생 ▲서울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호남석유화학 부장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국제부 부장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운영실 팀장·실장(부사장·사장)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실장(사장)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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