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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15%대까지 확보한 가운데 지분 확대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KAI 민영화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지분 가치 상승을 노린 투자라는 관측도 있다. 매각이 추진될 경우 유력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온 현대자동차그룹의 움직임이 인수전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0일 KAI 주식 336만3353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총 15.89%로 확대됐다. 계열사별 지분 현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이다. 한화는 상장사인 KAI 주식을 15% 이상 취득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KAI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한화의 참여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인수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 정부가 민영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방위사업법(제35조 3항)에 따른 산업통상부 장관의 사전 승인도 필요하다. 산업부는 해당 승인에 앞서 방위사업청과 방산물자 조달과 국가 안보, 보안요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협의하게 된다. 공정위부터 산업부, 방사청까지 여러 기관의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한화의 시장 지배력 확대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FA-50과 KF-21 등 완제기 플랫폼부터 항공엔진, 핵심 부품까지 아우르는 방산 수직계열화가 한층 강화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위산업 특성상 특정 기업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가 이미 국내 방산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KAI까지 인수할 경우 특정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며 "방산기업에 수주를 주는 정부 입장에서도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줄어들면 주도권과 통제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 가능성을 열어둔 전략적 투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2대 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한화에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향후 민영화 과정에서 KAI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보유 지분을 매각해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화 외에도 현대차그룹과 LIG D&A, 대한항공 등이 KAI의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 중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한화의 강력한 경쟁 상대다. 현대차는 과거 KAI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 2016년 자동차 본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전량 정리했다. 이후에도 KAI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꾸준히 언급돼 왔다.
최근 KAI와의 사업 연관성이 높아진 것은 주목된다.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방위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는 데다 KAI의 항공기 제작 역량을 활용하면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KAI와 'AAM 기체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력 관계를 구체화했다.
한화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 추진 유인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군 다목적무인차량(UGV) 사업 수주를 내주는 등 방산 분야에서 양 그룹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KAI를 품을 경우 한화의 '방산 1강'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항공 모빌리티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방산 사업 확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한화의 KAI 인수를 확실시하기는 이르다"며 "자금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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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이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