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즉시 튀겨내는 '갓 튀겨냄'의 철학이 K치킨을 세계인의 음식으로 키우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말복이 코앞이다. 삼복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치킨은 대표적인 복날 음식이 됐다. 익숙한 나머지 잊고 지내지만 K치킨은 60여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물이다. 국내 치킨 시장에는 400개 안팎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을 만큼 치킨은 한국인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시작은 '통닭'이었다. 1960년 명동에 문을 연 영양쎈타의 전기구이 통닭은 당시를 대표하는 외식 메뉴였다. 1970년대 들어 통닭 문화는 재래시장과 호프집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갔다. 외식이 귀하던 시절 통닭 한 마리는 온 가족이 나누던 특별한 음식이었다. 영화와 드라마 속 노란 종이봉투가 추억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1980년대 들어 통닭은 '치킨'으로 진화했다. 국내 프라이드치킨의 효시로 불리는 림스치킨이 등장했고, 페리카나와 멕시칸 등이 양념치킨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1990년대 교촌과 BBQ가 산업화의 기반을 닦았고 2002년 월드컵은 치킨을 국민 음식 반열에 올려놓았다.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은 한국의 대표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고 2021년 'Chimaek'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응원과 축제, 위로와 공감의 순간을 함께하는 문화로 확장된 것이다.

60년 동안 치킨은 끊임없이 변했다. 통닭은 프라이드치킨이 됐고, 양념치킨이 등장했으며, 치맥 문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로 확산했다. 변하지 않은 가치가 하나 있다. 가장 맛있는 순간에 치킨을 내놓겠다는 고집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K치킨의 차별점은 양념이나 소스가 아니다. 핵심은 '갓 튀겨냄'에 있다. KFC를 비롯한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미리 조리한 제품을 보온 상태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반면 한국 치킨은 주문 직후 닭을 튀겨내는 길을 선택했다. 소비자들은 15~20분의 기다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 결과가 '겉바속촉'이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은 갓 튀겨냈을 때 가장 완벽하게 살아난다. 양념은 모방할 수 있다. 가장 맛있는 순간을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문화는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K치킨의 경쟁력은 레시피가 아니라 조리 방식과 철학에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 주자인 BBQ는 200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57개국에서 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시장 소비자 매출은 2021년 700억원에서 최근 3400억원 규모로 커졌다. 4년 만에 5배 가까운 성장이다.

K콘텐츠의 확산은 K치킨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치맥 문화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K치킨은 음식이자 문화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갈 길은 남아 있다. 피자와 파스타처럼 세계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현지화와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소스와 메뉴로 현지 입맛을 공략하면서 K치킨의 본질은 지켜야 한다.

통닭에서 치킨으로, 치킨에서 K치킨으로 이어진 60년의 진화는 진행 중이다. 긴 변화의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은 원칙이 있다. 가장 맛있는 순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언젠가 K치킨이 세계인의 일상 속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면 성공의 비결은 화려한 양념이 아니라 원칙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