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3일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시장에서 사업구조를 조정한다는 이유로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날이다. 관련업계가 발칵 뒤집혔고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평창올림픽 빙속 1500m 동메달획득의 기쁨을 즐기기는커녕 공장폐쇄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엔 모두가 GM의 이런 결정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산업은행이 2대주주이고 수많은 사람이 일하는 공장을 하루아침에 폐쇄할 수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 깔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GM은 단호한 태도로 꽤 오랜 시간 별러온 개편안을 내놨다.

GM은 한국지엠을 살리려면 노조가 양보하고 한국 정부가 지원하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다른 사업장에 차를 수출 중이고 소형차 개발능력과 관련 연구시설을 버리기 아까운 만큼 손대지 않고 코를 풀겠다는 심산이다. 언뜻 보기에 황당하고 오만한 요구 같지만 지금은 GM이 칼자루를 쥔 상태다. 지난해 비토권도 소멸된 만큼 그저 떠나면 그만이다. 정부는 칼자루를 되찾으려 노력 중이지만 시장경제의 근본을 해칠 수 없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지엠이나 GM 모두 노조의 눈치를 본다. 공장이 살아남으려면 신차가 배정돼야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지만 반대로 회사는 그만큼 팔 수 있을지 가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어느 사업장에서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GM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왔다. 인도와 유럽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웠는데 한국은 과연 예외로 남을까. 연간 1000만대를 만들어 파는 GM이 50만대 규모의 한국지엠을 아쉬워할까. 더구나 생산성 악화로 만성 적자에 허덕인 한국 사업장 내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그동안 보고 싶은 것만 봐왔던 터. 사막을 걸으면서도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오아시스만 믿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신기루가 사라지고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꼴이다. 지나온 길을 되새겨보면 웅덩이에서 물을 뜰 기회가 있었고 그나마 가진 물도 아껴 마시지 않았다. 한국지엠의 상황이 딱 이렇다.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팀워크가 중요하다. 서로 페이스를 맞춰가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노조는 회사에, 회사는 노조와 발맞춰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해결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노조는 신차 배정을 앞세우기보다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는 게 먼저다. 회사는 글로벌시장 악화 속에서 수출판로와 내수 촉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 지원보다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준 옆 팀(르노삼성, 쌍용)과 대조적인 모습이 안타깝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