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임을 확정지은 증권사 CEO들./사진=각사 제공.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하며 연임에 성공한 증권사 CEO들의 올해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금리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하반기부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부진에 따른 실적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IB(투자은행)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실적 호조, 문제는 ‘올해’

최근 증권사들이 줄줄이 현직 CEO의 연임을 결정했다.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이 연임의 주된 배경이다. 증시가 활황기를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고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조기 상환이 많았던 덕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55곳의 총 순이익은 전년도보다 79.6% 급증한 3조8322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별로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12.4% 증가한 8조4176억원을 기록했다. 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수탁수수료가 늘었고, IB 수수료수익도 늘어난 결과다.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이익 중 주식 관련 이익은 98.6% 상승한 6275억원을 기록했다. 파생 관련 이익은 흑자 전환해 8859억원을 기록했다. 파생결합증권 조기상환 증가와 파생상품 관련 이익 증가로 지난해보다 파생 관련 이익이 2조7298억원이나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다만 채권 관련 이익은 금리 상승 여파로 24.3% 감소해 3조14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말 KB증권(윤경은, 전병조 각자대표)을 시작으로 줄줄이 현직 CEO의 연임을 결정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CEO 최종후보로 추천돼 11번째 연임을 확정했고,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도 3연임에 성공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과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단독으로 후보에 오르며 연임을 확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돈 잘 벌어오는 CEO는 그냥 두자는 것이 최근 분위기”라며 “지난해 실적이 양호한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문제는 올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고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증시가 상대적으로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주요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금리인상 우려가 불거지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악화가 호황기였던 지난해와 비교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Fed는 올해 세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으며, 시장에서는 연준이 4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 3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성장률도 2.5%에서 2% 후반으로 상향될 것”이라며 “최근 연준 멤버들의 금리인상 관련 언급을 감안하면 4명 정도가 4회 인상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연준 멤버들이 시장에 충격을 덜 주기 위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올해는 3번으로 유지하는 대신 내년 인상 횟수를 2번에서 3번으로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인상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또 이달 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이 결정되며 올 하반기 한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는 상반기로 시점이 앞당겨졌다. 올해 인상횟수도 2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애널리스트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결정이 만장일치였기 때문에 5월 인상가능성이 유력하지만 4월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제유가도 지난해 6월을 저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WTI(서부텍사스유) 기준 지난해 6월21일 배럴당 42.53달러까지 하락했던 유가는 지난 1월26일 66.14달러로 50%가량 오른 상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제유가가 중기적으로 배럴당 45~65달러의 박스권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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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키워드는 'IB'

증권사들은 녹록치 않은 증시 환경에 대비해 조직을 개편하고 ‘새먹거리’ 찾기에 나서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공통의 키워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B’다. 대형사는 초대형 IB 인가에 집중하고 중소형사는 비상장사 발굴에 나서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IB 강화에 중점을 두고 조직을 개편했다. 또한 M&A(인수·합병), PE(프라이빗에쿼티) 등의 업무를 따로 분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관련 심사를 통과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IBK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 중소형사는 중소·벤처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기업공개(IPO) 주관사나 주식발행시장(ECM) 등 기업 자금조달 업무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투자는 '1등 중소벤처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증권사 최초로 장외투자를 시작했다. 다음달 기한이 만료돼 새롭게 지정하는 '중기특화증권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호실적에도 CEO를 교체한 증권사들이 모두 IB를 엄두에 둔 CEO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NH투자증권은 IB 부문 대표인 정영채 부사장을 사장으로 내정했다. 정 신임 대표는 대우증권 기획본부장과 IB 담당 임원을 거쳐 2005년부터 NH투자증권의 IB사업부 대표를 맡아왔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은 자산운용사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현 키움자산운용 신임 대표와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신임 대표 모두 IB업무 확대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