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세종특별자치시에 서민을 위한 조립식 임대주택을 짓기로 해 궁금증이 증폭된다. 조립식주택은 건축공정의 70~80%를 공장에서 제작한 후 부지 위에 손쉽게 건설하는 공법이다. ‘모듈러주택’이라고도 일컫는다. LH는 이 모듈러주택이 앞으로 서민 주택난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사업성이 낮아 참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라 아쉬운 점이 있다.
카자흐스탄 모듈러주택. /사진=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비용절감·소음완화… 신기술 각광
LH와 세종시가 올해 ‘세종형 사랑의 집짓기사업’을 추진한다. 집수리가 불가능한 노후주택을 철거한 뒤 모듈러주택을 짓고 저소득층에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사업이다. 지금까지 모듈러주택 23개가 건축 확정됐다. LH는 2016년 부산에서도 모듈러공법으로 임대주택을 짓고 저소득 청년층에 공급한 바 있다.
모듈러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절감이다. 기계화 생산으로 보다 간단하게 주택을 건축할 수 있다. 자재나 규모에 따라 가격과 공정기간이 천차만별이므로 시세 개념은 아직 없다. 최근에는 인터넷쇼핑을 통해서도 주문제작이 가능하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모듈러주택’을 검색하면 최소 1000만원대에서 높게는 1억원대로 판매 중이다.
임동명 LH 주택개발단 차장은 “모듈러주택은 인구구조 변화와 서민층의 주택난, 건설환경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심의 건설소음을 줄일 수 있고 저렴한 건축비용으로 이동식 모듈러주택을 지은 다음 재활용도 가능해 우리 사회의 많은 주택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H는 노후화된 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임시거주하기 위한 모듈러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LH는 지난해 기준 연간 1조500억원의 임대수익을 올렸지만 임대주택 관리비용 지출이 1조7000억원으로 60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가장 큰 이유는 주택 노후화에 따른 수선비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서도 선수 숙소와 프레스룸 등을 모듈러주택으로 지었고 현재 철거비용을 아껴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7개월 만에 준공한 올림픽 진행요원 숙소를 해체해 최전방 부대 77곳의 간부 숙소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영국·미국·일본 모듈러주택 정착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지만 세계적으로 모듈러주택의 역사는 오래됐다. 모듈러주택기술이 가장 발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주택 복구를 위해 모듈러공법을 확대했다. 영국의 2007년 모듈러건축시장 규모가 4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술이 발달한 영국의 모듈러주택은 일반주택에 비해 단열이나 에너지 성능이 뛰어나 고층건물로 확대됐다. 이런 이유로 영국에서는 주택뿐 아니라 병원, 호텔, 공공시설에도 모듈러공법을 이용해 최고 25층짜리 건물도 짓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모듈러건축시장 규모가 5조5000억원으로 성장, 뉴욕 맨해튼에는 32층 높이의 모듈러 임대주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일본은 단독주택의 30% 이상이 모듈러공법으로 지어졌다. 일본 프리컷(Pre Cut) 공법은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컴퓨터로 설계와 재단을 하고 시공은 현장에서 블록 맞추듯 이뤄진다. 경기도 김포·용인 등지에는 최근 몇년 사이 이런 모듈러주택이 늘고 있는데 일본 본사에서 만들어져 비행기를 통해 수입하는 경우도 있다.
모듈러주택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집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이음매를 철물로 결합한 목조주택의 경우 1995년 고베 대지진 후 안전한 공법으로 각광받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모듈러주택. /사진=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사업성 저조… 대림·현대 참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국내 모듈러주택시장이 2020년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5년 시장규모가 150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100배가 넘는 성장이다. 그러나 모듈러주택의 안전성이나 사업성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물음표다.
국내 건축업계에서는 30여년 전부터 주택 모듈화가 논의됐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립식이나 공장 제작이라는 특성상 집의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며 “국내 조립식주택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문제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규모가 작다 보니 대부분 개인사업자 등 영세사업자가 영위하는 상황이다. LH사업의 경우 포스코A&C 등 좀 더 규모가 큰 중견기업과 협력해 시공하는 수준이다. 대형건설사들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져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주택의 장점 중 하나가 낮은 비용인데 아직까지는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건설사만 모듈러주택시장에 관심을 갖는 상황이다. 최근 대림산업,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모듈러주택사업 연구단계에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5~2017년 충북 음성, 경북 청송, 경기도 포천, 전북 진안, 전남 장흥, 강원도 홍천의 재난위기 가정을 위해 자체개발한 모듈러주택 16채를 기증했다.
임동명 차장은 “모듈러주택의 사업성을 말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뉴스테이 같은 민간임대주택사업과도 결합할 가능성이 있어 대형건설사들이 타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