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인터파크

지난해는 ‘가상화폐 광풍’의 해였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쌈짓돈부터 전 재산을 투자해 베일에 가려진 가상화폐의 진열대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24시간 내내 비행을 멈추지 않는 그래프의 움직임을 초 단위로 쫓아가며 한탕을 꿈꾼 사람들 중 정작 이 디지털 화폐가 어디서 등장했고 어떻게 작동하며 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눈을 사로잡게 됐는지 명쾌하게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이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전세계 금융 트렌드와 가상화폐에 관한 심층취재를 해온 저자들은 갈피를 못 잡는 투자자뿐 아니라 호기심으로 이 현상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이 화폐의 탄생과 전세계적 확산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제 이들이 우리에게 당도할 또 다른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보여주기 위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책 <트루스 머신>을 들고 찾아왔다. 이번에는 가상화폐의 투기 열풍조차 한낮 미풍 정도로 보이게 만들 만한 현상에 관해서다. 우리도 여러번 들어왔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그것, ‘블록체인’이다.


우리는 가상화폐를 일확천금의 베팅장처럼 여기지만 가상화폐가 등장한 이유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독점해온 화폐 발권력을 민주화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이를 가능케 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보증하는 중개자, 즉 지금껏 거대 기업과 국가가 보증하는 거래를 사용자의 직접 연결로 대체한다. 그 중개과정에서 도출되는 정보와 거래기록을 투명하고 조작 불가능하게 만들어 중개자 없는 당사자들의 완벽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이 책의 제목이 ‘트루스 머신’(진실 기계)이라는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블록체인 기술의 현재 모습과 기존 중앙 권력의 반발과 대응, 그리고 이들 간의 논쟁 등 ‘트루스 머신’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현장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여기에는 가상화폐, 모기지론 등 우리에게 익숙한 금융과 부동산 시장은 물론 거대 행정기구와 비밀스런 중앙정보기관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테크놀로지기업 등 거대 독점 정보업체들의 대응과 공동의 가치를 꿈꾸는 기술자와 시민들의 도전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이어진다.


블록체인이 우리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가져다 줄 ‘선한 기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거대 중앙 집중권력을 강화시키는 ‘악의 기계'가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누구의 진실 기계가 될지에 따라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의 미래가 이 블록체인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J. 케이시·폴 비냐 지음 | 유현재·김지연 옮김 | 미래의 창 펴냄 | 1만8000원


☞ 본 기사는 <머니S> 제537호(2018년 4월25일~5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