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시장이 심각하다. 집값이 떨어지는 문제를 넘어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고 분양 후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과잉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인허가를 내준 정부에도 화살이 겨냥된다. 일각에서는 임대주택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인구감소와 지방 쇠퇴의 한계점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분양성적 저조해 공사 중단까지


최근 강원도 인제에서는 분양을 마치고 공사 중인 아파트단지가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저조한 분양으로 공사비가 부족해지자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문제의 아파트는 인제 ‘양우내안애’로 일반분양 217가구 중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16가구만 청약이 이뤄졌다.


1순위 청약자가 아예 없는 ‘청약 제로’ 단지도 속출했다. 전북 순창군 ‘순창온리뷰2차’, 제주 한림읍 ‘제주 대림위듀파크’는 1순위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사진=뉴시스 김동민 기자

충북 청주에서는 분양일정을 7개월이나 미룬 곳도 있다. 중흥건설의 경남 김해 ‘중흥S클래스’, 제일건설의 충북 호암지구 ‘제일풍경채’, 포스코건설의 ‘원주 중앙공원더샵’, 동양건설산업의 ‘청주파라곤’도 분양일정을 늦췄다.

더 놀라운 것은 대형건설사들도 미분양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2’는 일반분양의 81%를 넘는 491가구가 미달됐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천안’도 일반분양 443가구를 모집한 결과 138명(31%)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이런 현상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분기 지방에서 분양예정이던 아파트 4만6722가구 중 분양이 이뤄진 곳은 절반인 2만3540가구에 그쳤다. 지난달 분양물량은 분양예정 2만2738가구 중 8763가구(38%)에 불과했다.


또한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14개 분양단지 중 1순위 청약이 마감된 곳은 1곳뿐이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분양한 34개 단지도 12곳만 미달을 면했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지난 2월 지방의 미분양주택은 5만933가구로 2011년 3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2016년을 전후로 감지된 현상이다.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미분양아파트가 계속 쌓이는데도 건설사들은 무리해서 분양했고 정부가 이를 승인해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2010~2014년 부동산시장 호황 때 건설사들이 많은 공급량을 쏟아냈는데 택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을 접을 수 없으니 무리하게 진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지방의 빌라나 오피스텔 등 소형공동주택도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태”라며 “인허가 기준이 비교적 느슨한 탓에 무조건 지으면 돈이 된다고 밀어붙이는 건설사업자와 무분별하게 승인해준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전환이 대안 될까

부동산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일부 건설사는 미분양아파트나 분양예정인 아파트를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한다. 정해진 기간 동안 건설사가 임대했다가 분양전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올해 분양하는 원건설의 충북 청주 ‘동남 힐데스하임 더(The)와이드’는 5년 전세형 임대아파트로 공급한다. 우미건설도 최근 임대 후 분양에 관한 사업계획서를 청주시에 제출했다. 앞서 동아건설산업과 대성건설도 충북 청주에서 4~5년 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로 사업방식을 변경했다.

지방 아파트 공급량이 많은 데다 정부 규제로 분양 사업성이 떨어지자 건설사들이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장 집값 부담이 적은 반면 장기간 임차 후 분양가가 높아져서 또다시 주거난민이 될 리스크가 있다. 인구가 감소하거나 조선업 등 지역기반 산업이 무너진 도시일 경우도 근본적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 후 분양은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소비자와 건설사 모두에게 장점이 있지만 정부기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성장도시냐 쇠퇴도시냐에 따라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광주·세종, 살아남는 도시

그렇다면 성장도시는 어디일까. 대구, 광주, 세종 등은 전망이 밝은 지방도시로 꼽힌다.

지난 3월 세종은 미분양주택이 단 한개도 없었다. 서울(48가구), 대구(153가구), 광주(383가구) 등은 미분양주택이 적은 편에 속했다. 부산 미분양주택은 2703가구, 경남은 1만가구가 넘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종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성장도시로 인구, 소득, 인프라가 계속 상승하는 데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분양주택이 많은 지방도시는 집값이 떨어지고 공급과잉도 심각하다. 부산 아파트가격은 지난해 1.09% 오르면서 서울의 0.55%를 뛰어넘었지만 올 들어 1.02% 떨어졌다. 올해 부산에서는 분양물량이 3만8000여가구 쏟아지는데 전년대비 70% 늘어난 수준이다. 2002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지방의 전셋값 하락에 따른 세입자 분쟁도 우려된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연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세종 -8.17%, 경남 -5.6%, 경북 -3.1%, 충남 -2.8%, 울산 -2.8% 순으로 나타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과잉으로 전세가격이 하향조정돼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다”며 “계약갱신 거절에 대한 내용증명 보내기,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보증금 반환청구소송 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8호(2018년 5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