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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 세 부담 조정을 공식화해 주택 보유자들의 긴장이 고조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강한 규제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반도체·인공지능(AI) 기업의 성과급과 주식 차익실현 등 유동성이 부동산 투자시장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다만 양도세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동시에 높이면 매도의 퇴로를 막아 '버티기'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어 우려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이 지급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대금이 국내로 유입되면 올해 말과 내년 초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과거 수십 년의 경향이 반복될 것"이라며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된다면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예정된 세제개편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에서 과세표준이 되는 기준 비율)은 정부 직권으로 조정이 가능한 대통령령 시행령이다. 정부는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보유자의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축소가 검토될 수 있다. 현재는 1주택자가 12억원 초과 주택을 매도할 경우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단순 보유보다 실제 거주에 따른 혜택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비거주 1주택자 매도할까
기존 3주택자 이상 중심의 종부세 중과 체계를 규제지역 2주택자로 확대하거나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역시 개편 대상으로 꼽힌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21일 X(옛 트위터)에 등록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 축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임 청장은 "임대기간 종료 후에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가 지속돼 매물 잠김이 심화하고 있다"며 "현재의 혜택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임대기간 내 세제 감면과 종료 후 일정 기간의 혜택으로 충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장기 임대 의무와 임대료 상승 제한을 준수하는 대신 종부세 합산과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에 2020년 이후 아파트 신규 등록을 폐지했다.
2018~2020년 서울에서 신규 등록된 임대사업자 아파트는 약 6만8000가구로 추산돼, 정부는 해당 물량이 매물로 등장할 경우 공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세제 강화가 실제 매물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보유세 부담은 고령자 등 저소득층의 매도를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양도세가 함께 인상되면 향후 집값 상승분을 고려해서 처분보다 보유를 택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의 강도에 따라 추가 매물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고 집값 상승 기대가 남은 소유자들은 세금을 감내하며 입지가 좋은 주택을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 부담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관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를 내리면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지만 두 세금을 다 올리면 비용으로 판단해 매도를 미루거나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 이후 강남·한강벨트 등 고가 지역에서 자산 이전을 고민하는 50·60세대를 중심으로 일부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세제개편안이 현실화할 경우 강남 등에서는 양도차익을 실현하고 현금 증여를 고려하는 고령자의 주택 처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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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