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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속담이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채용비리 사태로 곤혹을 치렀던 은행권이 하반기 신입직원을 역대 최대 규모로 채용키로 했다. 굳게 닫았던 채용문을 열고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임시방편식 채용방침에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 기존 직원의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그 자리에 신입들을 앉히는 반쪽짜리 일자리 정책이 될 수 있어서다.
은행권이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은 만큼 신입직원 채용과 희망퇴직 지원제도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반기 채용규모 확대… 2300명 뽑는다
올해 시중은행은 2300여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개 은행은 1700여명을 신규 채용했으니 올해는 32%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KB금융지주는 전 계열사에서 신입행원 10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600명, KB증권 110명, KB손해보험 50명, KB국민카드 55명, 기타 계열사 185명이다.
국민은행은 6월 초에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우선 채용 절차를 시작하고 대졸 신입사원은 9월쯤 선발할 예정이다. 특성화고 졸업자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70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750여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한다. 지난 15일 300여명의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공고를 내고 기업금융·자산관리(WM), 정보통신기술(ICT), 개인금융 분야로 구분해 필기시험과 직문적합 면접 전형을 진행한다. 하반기에는 350여명의 인력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75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상반기 20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는 550명을 뽑는다. KEB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채용을 실시하지 못한 만큼 하반기 채용인원을 지난해(250명)보다 늘릴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상반기 당초 계획보다 100명을 늘린 35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조만간 필기시험 도입, 서류전형 외부기관 위탁, 블라인드 면접, 외부인사 면접 참여, 임직원 추천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은 권고사항이지만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은 은행들이 이를 준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한은행은 이번 채용에 필기시험 전형을 도입했다. 2009년 하반기 공채 후 10년 만이다. 또 외부 전문가와 내부통제 관리자를 포함한 '채용위원회'를 신설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채용 프로세스 모든 과정을 외부 전문업에 위탁했고 합격해도 감사가 전수조사하는 절차를 추가했다.
은행권은 채용비리로 얼룩진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올해 채용기준을 보다 강화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조사와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껴 채용시기를 저울질하던 은행이 올해 신규채용을 확대키로 했다”며 “필기시험, 외부면접을 추가하는 등 과거보다 채용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익은 일자리정책, 항아리형 문제 여전
금융당국은 은행에 신규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활성화해 새 일자리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희망퇴직과 청년채용을 연계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달 말 은행장 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희망퇴직이 많은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자리의 양적 성과에는 ▲신규 고용수 ▲전체 고용수 증감 ▲명예퇴직의 신규고용율 및 연계율을 반영한다. 질적 지표에는 ▲유연근무 등 근로여건 ▲전직 지원 ▲비정규직의 부당한 차별해소를 포함한다. 이를 수행한 은행에는 경영평가 때 점수를 부과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일자리정책에 발맞춰 희망퇴직 계획을 검토 중이다. 연말에는 대규모 신입채용과 함께 칼바람 희망퇴직이 불어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KB국민은행은 400명, 신한은행 780명, KEB하나은행 207명, 우리은행 1011명 등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은행을 떠났다.
희망퇴직은 기존 직원에게 불안감을, 은행에 퇴직금을 지급하는 부담을 주고 있다. 통상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퇴직금으로 최대 3년분의 급여가 지급된다. 1인당 평균 3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은행 4곳이 지급한 퇴직금만 1조원이 넘는다. 이는 일회성 비용으로 수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단행한 희망퇴직이 은행권의 고질적 병폐인 ‘항아리형’ 인적구조를 깨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일반직원 중 책임자급(3급 이상) 비율은 지난해 말 54%로 2년 전보다 1%포인트 늘었다. 반면 일반 직원 중 행원(4급 이하)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에서 46%로 줄었다.
은행을 나간 희망퇴직자보다 신규 채용하는 인력이 적어 행원급 직원이 책입자급으로 올라간 것이다. 더욱이 일부 은행은 희망퇴직 신청조건을 낮춰 행원급 직원들이 이탈하기도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은행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합하려면 희망퇴직을 늘릴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고 제 2의 일자리 찾기 등 재취업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며 “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창구인력의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 젊은 인력은 늘리고 나이든 인력을 내보내는 부작용이 발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1호(2018년 5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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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