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 후반 가능, 추세 전환 아냐"
SK하이닉스 ADR·법인세 시즌에 달러 공급↑…한 달 새 140원 급락
해외투자·대미 FDI 달러 수요는 하단 지지…엔화 약세도 변수
이예빈 기자
공유하기
올 상반기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00원대 초반까지 빠르게 떨어지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 공급 우위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후반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해외 투자·대미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달러 수요와 국민연금 환헤지 종료 여부에 따라 환율 하단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에 등락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종가는 1550.85원으로 9일까지 1500원대를 유지했지만, 14일부터 1470~1480원대로 내려오면서 하락세가 본격화했다. 7월 말에는 142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달 7일에는 1407.86원까지 내려왔다. 한 달여 만에 140원 이상 급락한 것이다.
최근 원화 강세를 촉발한 요인에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달러 공급이 꼽힌다. ADR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원화로 환전된 데다 8월 법인세 납부를 앞둔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겹치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중공업체를 중심으로 환헤지 비율을 높이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달러 매도 물량이 추가로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나타난 가파른 원화 강세는 달러 공급 우위가 만든 현상"이라며 "SK하이닉스 ADR 조달의 환전 수요가 트리거가 된 가운데 8월 법인세 납부 시즌과 맞물려 주요 기업들의 달러 추격 매도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공업체를 중심으로 일부 기업의 환헤지 비율 상향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달러 공급 우위가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후반까지 추가 하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는 연중 하단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재확대와 기업들의 해외투자 등으로 달러 수요가 꾸준한 만큼 추가 하락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달 이후 내국인의 미국 주식 투자가 다시 확대됐고 해외투자 흐름도 견조했다"며 "한미전략투자공사를 통한 하반기 FDI 확대 시 해외투자 목적의 달러 실수요와 잠재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추가로 안정될 경우 국민연금의 환헤지 종료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일 외환시장 공조에도 엔화 약세 압력↑
원화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엔화 흐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일 외환시장 공조에도 달러/엔 환율이 다시 159엔대로 올라서면서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일 외환시장 공조로 급락했던 달러/엔 환율이 슬금슬금 상승하면서 159엔대로 다시 반등했다"며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미 연준의 다음달 금리인상 확률이 낮아지고 일본은행의 다음달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지만 엔 약세 기대감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엔화 약세 배경으로 외환시장 개입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일본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꼽았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사실상 막바지 국면에 진입했다"며 "다음달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시장은 금리인상 자체보다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주목할 수 있어 오히려 엔 약세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화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박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일본 국채 금리발 주요국의 금리 발작을 촉발시킬 수 있다"며 "미·일 외환당국과 투기 세력 간 엔화를 두고 힘겨루기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 개입만으로 엔 약세를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유가 안정 등에 따른 미 연준의 금리인상 불확실성 해소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환율정책 역시 향후 원화 흐름을 좌우할 변수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환율정책이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엔화, 원화 등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가 과도하게 약해지면 구두 압박과 환율보고서, 통상 협상, 레이트 체크 등 정책 수단이 재차 동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를 구조적인 추세 전환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ADR 환전과 수출기업 네고는 한정된 수급 요인이어서 관련 물량이 소진되면 달러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공조 또한 미·일 금리 격차와 미국 경기, 국제유가 등 펀더멘털까지 바꾸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10~1470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이달 초까지는 남아 있는 ADR 환전과 수출기업 달러 매도 등으로 환율이 한 차례 더 하락할 수 있다"며 "1410원 부근에서는 달러 저가 매수와 수입업체 결제, 해외투자 관련 달러 수요가 유입되며 하단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예빈 기자
안녕하세요. 이예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