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세입자를 끼고 소액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에 비상이 걸렸다. 전세공급이 많아지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 현상이 심화될 경우 기존 갭투자자들은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인다.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두달 연속 내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66.2%로 2015년 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가 성행하던 서울 노원구와 마포구는 전세가율이 3년 만에 70%대에서 60%대로 내려앉았다. 용산구 전세가율은 54.4%로 비강남권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던 성북구도 2015년 6월 이후 줄곧 80%대를 유지하다가 처음으로 77.7%로 떨어졌다.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진 강남구 전세가율은 50.6%로 매매가 절반 밑으로 내려갈 날이 머지않았다. 서초구(53.6%), 송파구(54.1%) 등 이른바 강남3구 모두 전세가율이 50% 초반대를 나타냈다.
/사진=뉴스1 그동안 노원구와 마포구 등지에서는 높은 전세가율로 인해 3억∼4억원만 있으면 중소형아파트 한채를 구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가 전세금 하락으로 발생한 차액의 상환을 요구하거나 아예 전셋값이 더 낮은 집으로 갈아타는 경우다. 여유자금이 없는 갭투자자는 대출을 받거나 기존 전세가격으로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하락하면서 갭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자기자본 부담이 커지고 사실상 갭투자가 힘들다"면서 "당분간 갭투자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갭투자가 아예 사라지긴 힘들다. 투자차익을 노리는 갭투자가 대부분이지만 실수요자라도 적은 자금으로 대출을 최소화해 집을 구매할 수 있으므로 2~4년 후 내집 마련을 목적으로 갭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몇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먼저 주변지역의 신규 입주물량을 파악해야 한다. 입주물량이 많아지면 역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 또 매매가격이 높을수록 취득세, 재산세와 중개보수 등 부대비용이 커 수익률이 줄어든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갭투자는 저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적고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방식이므로 부동산침체기에는 전셋값 하락을 대비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확보한 뒤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