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석 성모더원신경외과·경희더원한의원 대표원장(46)은 한방과 양방의 경계를 넘나든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편입해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 환자를 치료한다는 대의는 같지만 접근법부터 치료법까지 디테일이 전혀 다른 두 분야를 모두 수련한 의사는 흔치않다. 심지어 의료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사사건건 충돌하는 앙숙이기도 하다. 김 원장을 만나 궤가 다른 두 분야의 의학에 매진한 까닭을 물었다.
지난달 22일 김문석 성모더원신경외과·경희더원한의원 대표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병원 측 제공 ◆한방·양방 모두 섭렵한 의사
한의대 6년, 의대 5년, 인턴 1년, 전공의 4년, 대학원 석·박사 및 펠로우 4년. 김 원장이 한방과 양방을 공부하는 데 걸린 기간이다. 무려 20년간 한방과 양방을 파고든 그는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난해 9월 두 분야를 아우르는 병원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한의사와 의사는 한 분야의 면허도 따기 힘든 전문직이다. 의료계에선 예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고소득을 올리면서 명예까지 얻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원장은 긴 시간 책과 씨름하고 환자를 지키며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집안에선 의대를 가기 바랐어요. 하지만 그땐 사춘기의 반항심이 앞서 부모님의 뜻대로 하기 싫었어요. 그때 우연히 본 진학지도서에 한의대를 소개하는 글이 있었어요. ‘미개척분야’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죠. 의대와 비슷하지만 다른 이 분야에 꽂힌 계기였어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한의대가 주목받으며 입학 가능한 점수가 많이 올라 김 원장은 한번에 한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타 대학 건축과에 진학했다가 1학년을 마치고 다시 1년 동안 공부에 매진해 경희대 한의대 입학에 성공했다.
10대 때 꿈꿨던 한의대에 진학했지만 김 원장의 고민은 계속됐다. 작게는 어려운 한문공부부터 크게는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연구방법론까지 여러 고민에 휩싸였다. 이 같은 고민 속에 사상의학을 공부하며 양방까지 연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미개척분야인 암과 같은 분야에서 한방과 양방을 접목시키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과 전공을 목표로 한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 의대에 편입했어요. 하지만 공부를 하며 바이탈 사인(생체활력징후)을 다루면서 한의학과도 연계가 가능한 신경외과에 더 끌리게 됐죠.”
신경외과는 크게 뇌와 척추분야로 나뉜다. 자연스레 통증, 뇌, 척추분야를 공부하게 된 그는 수술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환자, 통증이 사라진 환자가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며 의사로서의 보람을 얻었다.
김 원장은 양방 쪽을 더 오래 공부하고 관련 환자도 많이 봤지만 한방도 쓰임새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터넷 검색 등으로 환자의 정보 습득력이 높아진 요즘 환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한방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방은 민간요법과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면이 있어요. 때문에 좀 더 과학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특히 치료의 경우 한의사에 따라 침, 추나요법, 약재 등 다양한 방법을 쓰는데 이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질환도 있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어요.”
김 원장은 한방과 양방의 조화로 환자 치료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수술적 치료나 수술 치료 중 어느 한쪽이 꼭 옳다고 볼 수 없고 환자 상태에 따라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한·양방 복합 치료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개인적 임상경험에 비춰보면 가벼운 통증의 경우엔 한방 치료도 효과적인 게 많아요. 모든 병을 한방으로 치료할 순 없지만 그건 양방도 마찬가지죠. 좀 더 유연한 시각으로 비수술적, 수술적 치료 가능성을 따져보고 환자 상태와 선호도 등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봐요.”
김문석 성모더원신경외과·경희더원한의원 대표원장. /사진=병원 측 제공 ◆“의사는 본인만의 철학 있어야”
다만 그는 현실적으로 한방과 양방을 같이 보면서 수술적 치료를 위한 시설까지 갖추는 게 어려워 비수술적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만약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 판단되면 타 병원에서 해당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현재 그의 병원은 통증 환자가 주로 찾고 있다. 치료 패턴은 한방이 10~20%, 양방이 80~90%로 양방 쪽 치료를 받는 이가 많다. 어르신들의 경우 한방적 치료를 원하는 분이 많지만 김 원장은 환자의 상태와 회복 속도 등에 따라 양방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방과 양방을 모두 섭렵해 치료 방법의 스펙트럼이 넓지만 주로 찾는 환자가 양방 치료에 적합한 경우가 많아서다. 그는 현재는 양방 쪽 치료를 주로 하지만 한방을 먼저 배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가능하면 수술실도 갖출 계획이다.
“한방과 양방을 모두 경험하며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졌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좋은 경험을 했어요. 한방만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고 믿고 두 분야를 모두 배운 걸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은 비수술적 치료 중심으로 진료를 보지만 앞으로 병원이 좀 더 커지면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직접 집도하며 치료하고 싶어요.”
끝으로 김 원장은 한방과 양방을 모두 공부하려는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방과 양방을 모두 공부하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어요. 단순히 의사로서의 편안함, 윤택함 등을 생각해 두개의 자격증을 획득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환자의 치료에 더 옳은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만의 철학이나 마음가짐을 확고히 한 뒤 그래도 해야겠다면 도전하길 권해요. 또 스스로 수련하는 과정을 즐기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