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S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지배구조 개편 등 현안을 기업 자율에 맡긴 기간 동안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재벌개혁을 더 늦출 경우 현 정부가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4일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방향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재벌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과 함께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예로 들어 총수 일가를 소유 기업의 임원으로 선임할 때 비 지배주주(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 다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제안했다. 경영자가 기업에 대한 권리를 가진 다수에게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총수 일가의 권한을 제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별도의 사익편취를 막도록하는 것이 골자다. 오너일가가 기업의 성장만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1년을 돌이켜보면 재벌개혁 관련해서 한 일이 없다. (기업에)알아서 하라고 맡겨놨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없었다”며 “지방선거가 끝나고 연말까지 가시적인 계획을 보여주지 않으면 문 정부에서는 재벌개혁이 실패할 것이라고 본다. 사회에서는 바랬던 재벌개혁이 미진하다는 평가가 발밑에서 계속 차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롯데는 (계열사 사이에) 순환출자구조가 아주 많았는데 지주사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해소됐다. 그런데 이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며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세습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한 것인데 그것을 마치 정부 정책에 자발적으로 호응해서 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삼성과 현대차 모두 지배구조 개혁은 없었다”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을 비교했을 때 정 부회장에 대한 평가가 높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현대차 그룹은 시장과 자문사의 권고를 깊이 새겨 지배구조 개편을 중단했다”며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했지만 3개 소그룹 형태로 분할된 컨트롤 타워가 여전히 있는 점, 국민연금이 반대한 구 삼성물산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을 강행한 점 등을 보면 깔끔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결정을 통해 정 부회장과 이재용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편법 승계 등이 조세제도 탓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문제의 근원이 상속문제 때문이다. 피붙이에게 심장이라도 쪼개 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며 “이걸 엄청난 상속세로 국가가 뺏어가는 짓은 안된다. 사람의 마음에 반하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그럼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업주들의 사익편취 등 권리남용을 잡아야 하는데 이는 대부분 내부거래로 일어난다”며 “지금 우리나라 10대 그룹은 잘 감시받고 있다. 현대차를 보면 합병비율을 조작하는 것에 대해 시장 감시시스템이 잘돼 있어서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태원 회장, 이건희 회장 등등 다 감옥 다녀왔다. 이건 통제가 잘 된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조직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국가 거버넌스가 훨씬 중요한 문제”라며 “630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주장은 공석이고 위원회도 권리만 있고 책임은 안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