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부터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의무수납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의무수납제가 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 부담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제도폐지 시 가맹점의 경영부담 완화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불편이 가중돼 제도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다음달 첫째주 회의를 열고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검토에 착수한다. 지난달 31일 가진 첫 회의가 TF 참여기관을 소개하고 향후일정을 논의한 자리였다면 이번 회의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는 셈이다. 당초 매달 마지막째주에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연구자료 보완 등의 이유로 한주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TF에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금융연구원, 공인회계사협회, 여신협회, 민간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회의에선 의무수납제 폐지에 따른 가맹점 및 소비자 손익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용역 의뢰로 연구를 진행 중인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무수납제 폐지에 따른 영향이 가맹점·소비자 등 각 입장별로 나뉠 것이어서 연말까지 이를 중심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의무수납제는 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고 현금결제 가격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는다. 소비자가 500원짜리 물품을 살 때 카드를 내더라도 가맹점주는 이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현금가격(500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제해서도 안된다. 카드수수료 부담은 오롯이 가맹점주의 몫이다. 이 때문에 가맹점대표단은 의무수납제 폐지를 적극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결이 다른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성장의 발판이 된 의무수납제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정부의 가격통제 중단을 동시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의무수납제로 업계가 성장했지만 정부의 꾸준한 카드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관건은 소비자대표단이다. 금융권은 의무수납제 폐지 시 지급결제 이용의 불편함 등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대표단 역시 이런 입장을 펼 것으로 예측된다.

2011년 18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1만원 이하 카드결제 건은 가맹점이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소비자단체의 뭇매를 받기도 했다.


결국 연말까지 이들 그룹의 입장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의무수납제 폐지 가능여부를 가릴 것으로 분석된다.

완전 폐지가 아닌 의무수납제 완화로 입장을 모을 수도 있다. 일정 금액 이하에 대해서만 의무수납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소득세법상 연매출이 2400만원 이상이면 카드사와 가맹을 반드시 맺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한편 연내 제도폐지 또는 완화로 입장을 모으더라도 법률 개정 사안이어서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