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결제 편의를 위해 발명됐다. 당장 돈이 없어도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이 신용카드다. 소비자는 신용을 담보로 물품을 구매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카드사에 대금을 낸다.
카드시장이 발달하자 이런 서비스만으로는 더 이상 카드고객을 모집할 수 없었다. 카드사는 신용카드에 각종 부가서비스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결제액 할인, 포인트 적립 등과 같은 서비스다. 우리나라처럼 어디서든 카드이용이 가능한 곳에서 소비자는 카드상품에 담긴 혜택을 기준으로 카드를 고른다.
이 같은 카드시장이 또 한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각종 혜택이 보편화되면서다. 얼마가 할인되고 얼마만큼 포인트를 적립해주느냐는 카드상품의 새로운 서비스가 될 수 없다. 카드업계가 소비자의 카드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혁신에 나선 배경이다. 보다 쉽게 결제할 수 있는가, 자주 이용하는 매장에서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가, 결제와 무관하지만 일상에서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카드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올해의 카드 트렌드는 ‘이것’
카드 상품에도 트렌드가 있다. 2016년 각종 혜택을 카드 한장에 담은 ‘올인원’(All in One) 상품이 대세였다면 지난해엔 소비자가 혜택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한 ‘다이’(DIY·Do It Yourself) 카드가 시장을 이끌었다. 올해는 ‘무조건 카드’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전월실적, 할인 및 포인트적립 한도 등을 없애고 ‘무조건 혜택을 지급한다’는 개념의 상품이다.
소비자는 할인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이번달 카드를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체크하지 않아도 된다. 월 최대 얼마만큼 포인트가 적립되는지, 할인되는지 등 한도도 확인할 필요가 없다. 결제수단으로서의 편의는 물론 카드를 이용하며 신경 써야 할 부분까지 최소화한 것이다.
실제 이러한 상품은 올해 돌풍을 일으켰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말 창립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딥 드림’(Deep Dream)은 출시 10개월 만에 발급 200만장을 돌파했다. 우리카드가 4월에 출시한 ‘카드의 정석’ 역시 출시 3개월 만에 발급 50만장을 넘어섰다. 단일 상품이 단기간 내 이 같은 성적을 낸 건 최근 몇년 새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선 ‘무조건 카드’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두 카드의 성적에서 나타났다고 입을 모은다. 신한카드의 딥드림은 전월실적 조건과 적립한도 없이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액의 0.7%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여기에 마트·편의점·커피전문점 등 자주 사용하는 업종을 고객이 직접 설정할 수 있는데 전월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1.4%가 추가 적립되며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한 곳에선 총 3.5%가 쌓인다.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역시 모든 업종에서 결제액의 0.8%를 기본 적립해주는 무조건상품이다. 여기에 전월 30만원 이상 이용하면 포인트를 무제한 적립할 수 있다. 특히 이동통신, 대중교통, 커피, 영화, 백화점, 온라인쇼핑, 주유 등 10개 업종에선 적립혜택을 강화했으며 간편결제서비스에 이 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면 3%가 추가 적립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조건카드는 소비자가 결제하는 순간뿐 아니라 결제하기 전 따져야 할 사항도 없애 카드이용의 편의성을 보다 높인 상품”이라며 “이 같은 카드상품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가 스타트업과 손잡는 이유
‘디지털 퍼스트’ 역시 최근 카드업계의 주요 화두다. 카드사들은 단순 신용카드 발급 회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회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SSG페이 등 간편결제서비스를 무기로 제조업체, 정보통신기술(ICT)업체, 유통업체의 지급결제시장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카드사가 최근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결제기술을 개발하고 나선 건 이 같은 배경에서다. KB국민카드는 QR코드를 스캔해 모바일 기기에서 주문하고 결제한 물품을 매장에서 찾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스마트 오더’를 선보였다. 기존 ‘O2O 서비스’와 달리 가맹점주도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를 거치지 않아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롯데카드는 자사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인 ‘롯데앱카드’를 통해 모바일상품권을 편리하게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는 ‘기프티샷’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실물상품교환권이나 금액형상품권을 모바일을 통해 구매하거나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 특히 위탁 형태가 아닌 롯데카드의 자체 오픈 플랫폼으로 개발·운영해 비용은 낮추고 롯데 계열사와의 제휴로 할인혜택을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밖에 현대카드의 해외송금서비스, 신한카드의 커넥티드카 서비스 등이 카드업계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따른 결과물이다.
◆‘일상’으로 파고드는 카드사
지급결제와 무관하지만 일상을 파고든 서비스 역시 카드이용자를 사로잡는 카드사의 주요 전략이다. 카드사가 최근 강화하고 있는 문화마케팅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카드는 해외의 유명 뮤지션을 초청해 정기적으로 ‘슈퍼콘서트’를 개최함으로써 문화마케팅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엔 테마별 이색 도서관을 운영하며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카드는 육아교육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반려동물의 양육정보를 이용자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내놨다. 우리카드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고객을 겨냥해 ‘웨딩밴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카드사가 고객의 일상을 파고드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건 고객 접점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할인·포인트적립, 각종 디지털서비스는 물론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잠재고객을 사로잡고 기존의 고객은 충성고객으로 포섭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카드사의 혁신은 지불결제 서비스를 넘어서고 있다. 카드업계는 고객 일상 모든 것들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