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5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비수기인 지난 2월28일 개봉해 1주일 만에 손익분기점(80만명)을 넘어섰다. 6월에 집계된 최종 관객수는 150만4888명으로 올 상반기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 7위에 올랐다. 저예산영화로는 근래 보기 드물게 성공한 것이다. 매출액은 119억1987만원으로 제작비의 8배에 달하는 돈을 벌어들였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의 감성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시골 풍광과 고향이 전하는 '힐링코드'가 흥행의 비결이다. 사과꽃 피어나는 봄, 푸른 녹음 우거진 여름,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 가을, 눈부시게 하얀 눈밭의 겨울. 사계절의 변화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 없이 잔잔하고 서정적인 영화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시험, 연애, 취업.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이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사계절을 보내면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스토리다. 엄마는 세상을 떠난 남편의 고향에서 혜원이 단단하게 뿌리 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시골집에 살았다. 수능시험이 끝난 후 엄마는 편지만 남긴 채 집을 떠났고 혜원은 대학에 합격해 서울로 올라갔다.
혜원은 대학 졸업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임용고시를 준비했으나 낙방하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키운 농작물로 끼니마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수제비, 단밤조림, 크림 브륄레, 떡볶이, 시루떡, 파스타, 콩국수, 떡볶이, 곶감, 양배추 빈대떡, 감자빵, 아카시아꽃 튀김 등을 엄마에게 보고 배운대로, 또는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드는 혜원의 모습은 패스트푸드와 편의점 도시락 등에 익숙해지는 도시의 삶과 차이가 느껴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귀농이 왜 행복인가
그러나 농촌에서는 땀 흘리며 일을 해야만 대가가 돌아온다. 주인공역의 김태리는 작품을 찍으면서 미래의 꿈을 귀농으로 정했지만 끔찍할 만큼 무더운 날씨에 혼나고 옥수수밭에서 일하면서 허리가 안 펴지는 경험을 한 뒤 귀농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실제로 귀농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고 시골로 내려갔다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만둔 경우가 많다.
<리틀 포레스트>는 '힐링무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도시의 삶이 잘 안 풀릴 경우 귀농을 권유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곤란하다. 혜원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기 전까지는 시골에서 부모와 함께 자랐다. 귀농이 대안적인 삶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뿌리가 도시인 사람을 뿌리가 농촌인 사람과 섣불리 비교할 순 없다. 다만 귀농을 진정 자신의 적성에 맞는 삶으로 판단해 신중히 선택한다면 가격이 저렴한 시골 주택에서 서울보다 훨씬 적은 생활비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시골 삶 다큐멘터리로 기획된 tvN의 예능프로그램 <풀 뜯어먹는 소리>는 지난달 25일 첫 방송에서 16세 농부 한태웅의 행복한 시골생활을 소개했다. 아직은 청소년이지만 농부 경력 8년차인 한태웅은 농사일에 정년퇴직이 없고 몸만 건강하면 100살까지 할 수 있어서 농사를 업으로 삼았다. 또한 상사가 없어서 좋다는 것도 내세웠는데 이 모든 장점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충분하다.
손모내기 체험 행사. /사진제공=의령군 ◆'인생 2막' 지원하는 정부·지자체
요즘은 성공적인 시골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곳이 많아 도시에 살던 사람이 귀농하려는 경우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다. 경남 남해군에서는 지난 2월 ‘2018년도 경남귀농사관학교’ 입학생 80명(경상대 20명, 부산대 20명, 남해대 20명, 특성화교육사업단 20명)을 모집해 연간 20주, 120시간 과정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귀농·귀촌 지원정책을 적극 추진해 안내상담(빈집정보 제공, 임차가능토지·영농계획·영농교육 지원 등), 귀농현장학교, 귀농정착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전남 강진군은 전국 최초로 지원조례를 제정해 귀농인 유치에 힘쓴다. ‘강진귀농사관학교’에서는 귀농인 멘토링을 통해 지역민과 잘 융화하면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며 실용 유기농, 영농기술 배양 등 각종 귀농 준비교육을 시켜준다.
충남 태안군에서는 예비 귀농인이 최대 3개월간 머물면서 귀농준비를 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고 귀농 창업 활성화 지원, 기자재 및 소형 농기계 지원, 귀농인 일자리 지원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지역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면서 안정적인 영농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전국에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생 2막'에 나서는 귀농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퇴직 이후 신중년의 귀농·귀촌을 도와주기 위한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 서비스’를 올해부터 시작한다. 성공적인 귀농·귀촌이 될 수 있도록 사전에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농촌에서 주거할 주택의 구입자금을 최대 7500만원까지 지원한다.
귀농 창업자금은 연 2%로 최대 3억원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빌려준다. 지방자치단체가 귀농인 농업시설, 소규모 주택 개선, 귀농인 농산물생산 유통 개선 등을 도와주고 귀농인 희망센터는 농업 창업과 영농 실습 체험 등을 지원한다. 농식품 벤처-창업 지원특화센터에서는 스마트 팜 등 고부가가치 첨단 농업기술 창업 활성화를 도와준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진정한 안식' 추구한다면…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영농기술과 물류시스템, 모바일 세상의 발전에 주목하면 농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농촌의 식품·특산품을 제조·가공하는 2차 산업과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 서비스를 하는 3차 산업을 1차 산업인 농림축산업에 복합적으로 연계하는 6차 산업정책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제시돼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이어졌다.
충북 음성에서 들깨를 재배해 가공 및 수출을 하고 국내외 방문객을 대상으로 들깨 체험단과 들깨교실을 운영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훈백 코메가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달의 6차 산업인’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열린 ‘6차 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는 천춘진 애농영농조합법인 대표가 대상을 받았다.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갖춘 농학박사인 천 대표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어린잎 채소의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데 적합한 직업으로 농부를 꼽는다. 그는 식량난과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생산산업이 갈수록 유망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교육만이 아니라 음식, 재배 활동 등을 교육하라고 제안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한 귀농·귀촌인구 중 40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세대가 50%로 나타났다.(2017년 귀농어·귀촌인통계) 귀농이 단순히 전통적 개념의 농사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창업으로 간주되면서 창업시장에서 ‘창농’(귀농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에서의 창업은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농촌에서는 그보다 적은 돈으로 가능하다. 다양한 창농자금 지원제도를 이용해 토지와 임야를 구입해도 되고 농지 임대제도를 통해 임차료를 지불하고 농지를 빌려도 된다. 한국의 농림어업인의 고령인구 비율은 40%에 다가서 전체 인구 고령화비율의 3배에 달한다.
농촌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빠르게 고령화됨에 따라 각 지자체는 영농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농촌 활력증진을 위해 창농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귀농 활성화사업을 더욱 다채롭게 추진할 전망이다. 4차 산업에 적응을 잘하는 젊은세대라면 도시에서 삶이 뜻대로 안될 때 마음의 안식을 추구하는 게 아닌 농업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창농한다면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