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역 인근 도로에 교통경찰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강산 기자

지난 23일 오전 8시30분 서울 광화문의 출근길. '삑' 교통카드 찍는 소리가 주변 곳곳에서 들렸다. 월요일 오전답게 시민들은 모두 급한 발걸음이었다. 버스가 오자 우르르 몰리는 승객들부터 자전거 탄 학생까지 모두 정신이 없었다. '어제 조금만 일찍 잘걸'하는 탄식이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때 형광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교통경찰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조심하세요"라고 말하더니 도로쪽 운전자들에게도 주의를 줬다. 축축하게 젖은 형광조끼, 경찰모에 맺혀있는 물방울 등에서 교통근무가 몇시간째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시민은 보이지 않았지만 정신없는 월요일 출근길이 평화로워 보였다. 차들도 모두 차선을 맞췄다. 

무사히 출근을 마치고 기자의 개인 PC를 켰다. '오늘 서울 아침, 111년 만에 가장 더웠다.' 뉴스 헤드라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기상청은 "대서인 오늘 한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폭염'을 알리는 뉴스가 최근 며칠 계속됐지만 이날 유독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아침 출근길에서 본 경찰 때문이었다.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인근 도로에 교통경찰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강산 기자

문득 경찰을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축축하게 젖은 형광조끼가 생각나서다. 경찰은 주로 밖에서 근무하는 걸까. 근무시간은 어떻게 될까. 교통업무는 출·퇴근길에만 하는 걸까. 밤에는 무슨 일을 할까. 많은 궁금증이 들었지만 전화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시민으로서 직접 경찰을 관찰한다면 정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듯했다. 

이날 낮 12시쯤 아침 출근길에 교통경찰이 서있던 곳으로 다시 가봤다. 여전히 교통을 정리하는 경찰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낮 최고기온이 33도가 넘는 날씨에도 점심식사하러 나온 직장인을 반기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에도 교통업무는 계속됐고 출 퇴근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몇시간 동안 근무했냐"고 물을 수 없었다. 거리를 채운 시민들 속 차량을 통제하는 모습에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말을 거는 것조차 실례로 느껴졌다. 인터뷰 대신 '더운 날씨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거리를 빠져나왔다. 

23일 저녁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파출소의 모습. /사진=강산 기자

이날 저녁 7시30분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파출소를 가봤다. 늦은 저녁인데도 경찰들은 서둘러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급하게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출동하는 상황으로 느껴졌다. 파출소 안에도 민원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붐비는 상태였다.  

점심 때와 마찬가지로 '더운 날 감사합니다'라는 말 외에는 별도의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다. 한손에 든 빵봉지가 이들이 긴시간 식사를 못했음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또 무전기 여러개가 걸린 조끼를 본 뒤 기자의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중요한 근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날 기자가 만난 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은 '하루에 몇시간 정도 근무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근무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3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 경찰은 "교통지구대와 같은 외근 근무자들은 교양시간·인수인계 등을 모두 포함하면 (13시간보다) 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해 신고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해도 몇시간이 걸린다"며 "교통·행정·기동대·방범 등 업무가 광범위하지만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동일하다"고 답했다.

23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 서울지방경찰청 근무실의 불이 켜져있다. /사진=강산 기자

이날 새벽 1시쯤 서울지방경찰청 근무실의 불은 켜져 있었다. 문을 지키는 경찰부터 근무를 서는 의경들까지 보안관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유리창문에 가려져 근무실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환하게 켜진 불빛에서 왠지 모르게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밤낮으로 고생하는 경찰의 노고가 느껴져 집으로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