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조정기 때마다 등장했던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엔 그 논의가 예사롭지 않다. 수수료율 인하보다 의무수납제 폐지 또는 완화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릴 정도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의무수납제가 하반기 카드업계는 물론 소상공인 및 소비자단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카드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복잡한 함수관계 때문이다. 카드수수료 인하 여론이 형성된 가운데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카드업계와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도 나누려는 당국, 이를 반대하는 소비자업계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사진=뉴스1

◆체력 바닥난 카드사, 3년 후 조정기가 문제

“의무수납제 폐지 논의가 이번에 특히 활발한 건 3년 뒤 수수료 조정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금융감독자문위원은 3일 머니S와의 통화에서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당국은 오히려 의무수납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는 걸 당국도 인지하고 있지만 이번엔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3년 뒤 추가 조정기를 위해 의무수납제 폐지 카드가 나왔다는 얘기다.


3년마다 조정되는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내년 1월 조정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맞물리며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 부분에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카드수수료 인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울 때부터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카드사의 체력이다. 지난해 8월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이 확대되며 수익에 이미 직격탄을 맞은 카드업계는 올해 손실분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은행계 카드사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줄었다.


이번에 수수료가 인하되면 3년 후엔 사실상 추가 인하가 어렵다. 현재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은 연매출 5억원 이하는 1.3%, 3억원 이하는 0.8%다. 홍성기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지난달 2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안 토론회’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이 (카드사에)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에만 밀어붙일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안에 대한 논의'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스1

◆의무수납제 폐지, 수수료 인하 효과

의무수납제 폐지 논의가 급부상한 건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의무수납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면 우대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지 않아도 수수료 인하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여기서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또다른 이해당사자가 등장한다. 소비자다. 그간 카드수수료 부담은 오롯이 가맹점의 몫이었다. 하지만 의무수납제, 특히 다른 결제수단과 가격차별을 금지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4항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면 소비자가 그 부담을 지게 된다. 예컨대 현재 물품을 살 때 카드값이나 현금가는 같다. 카드수수료를 내야 하는 가맹점주로선 현금을 받는 게 당연히 이익이다. 그런데 카드 결제액에 수수료 또는 그 이상을 매길 수 있다면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목포 기자간담회에서 “카드사용자도 수수료보담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최 위원장은 당시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소액도 카드로 결제한다. 카드사용에 따른 가맹점 이익은 보잘 것 없는데 비용은 가맹점수수료에서 다 나오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가맹점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내린 수수료율은 올해도 인하될 가능성이 높지만 3년 후엔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고 올리기엔 당국으로선 부담이다. 의무수납제 폐지가 이슈로 떠오른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점차 ‘현금 없는 사회’가 돼가는 가운데 오히려 영세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서영경 서울YMCA 부장은 지난달 27일 토론회에서 “의무수납제 폐지는 소비자가 지갑을 닫거나 영세사업자의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반발도 예상된다. 2011년 18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1만원 이하 카드결제 건은 가맹점이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소비자단체의 뭇매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