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한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필두로 PC방 열풍이 불었다. 전국에 퍼진 PC방 문화가 지역대회로, 전국대회로 발전하면서 e스포츠가 탄생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등에 업은 e스포츠는 게임의 형태를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발전시켰다.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 10만명의 관중이 운집한 사건은 당시 e스포츠 열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13년이 흐른 지금, 전세계 곳곳에서 수천만명의 팬들이 게임 경기를 시청한다. 머니S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e스포츠의 세계를 파헤쳤다.<편집자주>



[e스포츠 홀릭] ⑤ [르포] e스포츠 '꿈의 무대' OGN e스타디움을 가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OGN e스타디움에서 프로게이머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하나, 둘, 셋, 넷 젠지 파이팅… 하나, 둘, 셋, 넷 bbq화이팅.”

한반도 최고기온이 111년만에 경신된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OGN e스타디움을 찾은 게임 팬들은 더위를 잊은 채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프로게이머들이 조종하는 화면 속 캐릭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탄식을 보냈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한국리그인 ‘2018 LoL 챔피언스코리아 섬머 스플릿’ bbq올리버스와 젠지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5시. 경기시작 40분 전부터 팬들이 관객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평일 오후 시간이어서 경기장에는 1020 세대가 대부분이었지만 다양한 외국인과 여성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OGN e스타디움을 찾은 게임 팬들. 경기 시작 전에도 관객이 모이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2000원의 행복…“폭염? e스포츠 팬들에겐 천국“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찬민군(남·18)은 친구 2명과 함께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평소 게임을 즐긴다는 이들은 “평소에는 집에서만 보다가 방학이어서 처음으로 직관(경기장을 찾아 직접 관람)하러 왔다”며 “좋아하는 팀 경기라 오늘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찬민군은 ‘다시 경기장을 찾을 것 같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경기를 보진 않았지만 티켓가격도 저렴해 다시 올 것 같다. 무엇보다 시원해서 너무 좋다”고 답했다.

대학생 김씨(남·22)는 “평소 롤 게임하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와 보러왔다. 매일 TV로 보다가 직접 응원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롤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티켓가격은 좌석에 따라 2000원, 4000원으로 나뉜다. 경기시간이 최소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에게도 그리 부담되는 가격이 아니다. 게다가 좌석하단에 놓인 개인 에어컨 덕분에 관객들에게 폭염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좌석 밑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OGN 관계자는 평소 관객이 얼마나 오는지 묻자 "팀마다 다른데 보통 70%가량 좌석이 찬다. 인기팀의 경우 만석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인기팀인 SKT의 성적이 좋아서 전체적으로 관중이 많았는데 올해는 조금 줄었다"고 밝혔다.

경기가 열리는 주경기장 좌석수가 800석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500명이 넘는 팬이 이곳을 찾는 셈이다.

2016년 4월30일 개관한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서울 OGN e스타디움’은 최대 규모로 꼽히는 e스포츠 전용시설이다. 주경기장 800석, 보조경기장 200석 등 총 10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최신식 장비와 시설을 갖췄다.

◆"여자도 게임 좋아해요"… e스포츠 여성 시청자 40%

여성, 커플 관객도 많이 보였다. 이날 혼자 경기장을 찾은 손혜은씨(25 여)는 “혼자 보러왔다. 게임을 하는데 잘 못해서 보는 걸 더 좋아한다. 평소에도 자주 오는데 현장에서 보는 게 아무래도 실감나서 좋다”며 “입장권 가격도 저렴해 편하게 오기 좋다”고 말했다.

또 부산에서 왔다는 20대 커플은 “서울에 놀러왔다가 제가(여자친구) 게임을 좋아해서 보러왔다. 남자친구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OGN e스타디움을 찾은 게임 팬들이 경기를 보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이처럼 e스포츠의 주 시청자는 20~30대 남성에서 점차 여성과 전 연령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기관 ‘NEWZOO’에 따르면 e스포츠 시청자 집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1~35세 남성(27%)이지만 남녀 전체로 봤을 때 여성이 39%를 차지하는 등 e스포츠는 남녀불문 즐기는 스포츠로 거듭났다.

◆게임도 한류 열풍… “롤 보려고 한국 왔어요”

전세계 축구팬은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즐기고 야구팬들은 미국 메이저리그를 찾는다. 같은 의미로 e스포츠 팬들이 종주국이자 각종 세계대회를 휩쓰는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날 역시 외국인 관람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OGN e스타디움을 찾은 게임 팬들이 경기를 보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매표소 직원은 “하루 평균 30~40명의 외국인 관람객이 현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태국에서 온 대학생 노이씨(여·21)는 “(이날 경기를 하는) 젠지의 팬이라서 보러왔다. 게임은 평소에 안하지만 경기 보는 것은 좋아한다”고 밝혔다.

경기장에서 시종일관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중국인 B씨(여·22)는 “나는 오직 롤 경기를 보러 이곳(한국)을 왔다. 가족들은 나를 미쳤다고 하지만 나는 롤을 좋아한다”며 “좋아하는 팀은 (중국 프로팀) RNG·EDG와 (한국 프로팀) KT·젠지·SKT T1 등이다”고 밝혔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힘들었지만 인종을 넘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e스포츠 팬이라는 공통점으로 하나가 됐다.

NEWZOO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규모는 총 3억8500만명이며, 이 중 열광적인 시청자(Enthusiasts)는 약 49.6%인 1억91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 대비 19.6%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 연평균 20.1%씩 늘어나 2020년에는 5억89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게임기업인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게임을 직접 하지 않아도 관람하는 분들이 꾸준하다는 것은 e스포츠가 대중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야구나 농구, 축구와 같은 전통 스포츠 역시 직접 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면 응원하는 팀과 선수가 생기고 시간을 내서 챙겨보는 것처럼 롤이나 여타 e스포츠 종목 역시 이와 비슷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e스포츠 홀릭] 시리즈 
① "넌 게임하니? 난 눈으로 봐"
② 게임만 하는 아들, 혼내지 마세요 
③ 게임개발사 먹어치우는 '차이나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