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9. /사진=뉴스1

구글은 지난달 18일 유럽연합(EU)로부터 43억4000만유로(약 5조700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2011년부터 3가지 방식을 통해 EU 반독점 법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집행위는 구글이 삼성과 화웨이 등 스마트폰제조업체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제공하면서 ‘구글 검색’과 웹브라우저 ‘크롬’, ‘구글 메일’ 등의 앱 설치를 강요하고 이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집행위는 90일 내에 불법 행위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모회사 알파벳의 전세계 일 평균 매출액의 5%를 추가 과징금으로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구글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의지를 드러냈다. 순달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EU가 스마트폰의 경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옳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며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제조업체와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자에 얼마나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체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자에 구글 앱을 선탑재할 수 없도록 한다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과 EU의 무역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가 구글에 과징금 처분을 내린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EU가 미국의 가장 위대한 기업 중 하나인 구글에 50억달러의 과징금을 매겼다”며 “(EU는) 미국을 이용했다. 하지만 더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소비자 편의 vs 이익침해 논란

이번 구글과 EU의 갈등은 스마트폰에 도입된 ‘선탑재 앱’에서 촉발됐다.

선탑재 앱이란 OS 공급사(구글, 애플 등), 이동통신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스마트폰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가 사용자의 편의 또는 자사 서비스 이용자 확대를 위해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해둔 앱을 말한다. 선탑재 앱이 설치되면 소비자는 저장공간 등 스마트폰의 성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에는 전기통신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했으며 같은 법 시행령으로 필수적이지 않은 선탑재 앱의 삭제 제한을 금지한다.

한마디로 선탑재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혹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스마트폰 구입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삭제할 수 없는 앱을 말한다.

OS 제공업체인 구글과 이동통신업체, 스마트폰제조업체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선탑재 앱을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선탑재 앱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갤럭시노트9에 게임 앱이 선탑재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삼성전자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일 자정에 공개한 갤럭시노트9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포트나이트 등의 게임 앱을 선탑재했다. 실제 체험 매장에 전시된 갤럭시노트9에 제공된 게임런처 앱을 살펴본 결과 포트나이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설치 관리자’라는 앱이 등록돼 있었으며 설치관리자를 실행할 경우 게임을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한 후 바로 접속할 수 있었다.

선탑재앱 설치현황. /자료=과기정통부

앱을 선탑재할 경우 제조사와 앱 제공업체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앱마켓업체에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앱이 선탑재될 경우 호환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선탑재된 앱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갤럭시노트9에 몇몇 앱이 선탑재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일 국내 유명 스마트폰 온라인 커뮤니티는 “스마트폰 구입 후 선탑재 앱을 바로 삭제할 것”, “메모리, 저장공간 갉아먹는 선탑재 앱을 왜 도입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불만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게임의 선탑재 여부는 삼성전자와 게임업체가 서로를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면서 판매량을 극대화할 수 있고 앱을 즐겨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소비자가 구입한 스마트폰의 성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고 앱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선탑재 앱 법적조치 여부 살필 것

선탑재 앱 논란은 갤럭시노트9 등장 전부터 불거졌다. 지난달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신 스마트폰에는 평균 51.2개의 앱이 선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앱을 선탑재한 기종은 LG전자의 G7으로 65개의 앱을 선탑재했으며 가장 적은 스마트폰은 아이폰X(텐)으로 32개의 앱이 선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도 스마트폰의 선탑재 앱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과방위 업무보고에서 “선탑재 앱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선탑재 앱은) 공정경쟁 측면,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며 “EU에서도 불공정 경쟁을 사유로 구글에 약 6조원의 과징금을 내렸고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성이 있는 사안이며 검토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스마트폰제조사와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눠보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 과기정통부와도 법적조치가 가능한지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4호(2018년 8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