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장기화되며 불임부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출생통계를 보면 한국의 출산율은 1.05명, 출생아 수는 35만8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출산율은 1.68명, 저출산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출산율도 1.44명이다.
한국에선 한편에서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생기지 않아 고민하기도 한다. 출산을 계획한 부부라면 하루라도 빨리 아기가 생겼으면 하는 소망이 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임신이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불임의 40%, 남성이 원인
불임은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1년간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에는 임신이 안되면 무조건 여성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불임은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불임의 요인을 가질 수 있다. 다행히 의학의 발달과 지속적인 교육으로 과거와 같은 무지는 많이 사라졌다.
의학적으로 불임의 원인 40%가량은 남성에게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도 불임은 여성의 문제라는 안타까운 편견 때문에 일부 여성은 임신이 안되면 몰래 산부인과에 가서 불임 검사를 받는다. 아이는 여성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정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불임일 경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불임 검사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남성 불임을 판정하기 위한 첫단계는 정액 검사다. 배우자의 임신 가능성을 알아보는 데 필수적인 검사로 절차도 간단하다. 하지만 피검자의 컨디션 등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3차례 정도 반복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질병 여부도 판정한다.
정액 검사는 3일간 금욕한 후 사정해 얻은 정액을 한시간 이내에 검사한다. 검사를 통해 정액량·농도·정자 수·운동성 및 정상 형태를 가진 정자의 비율 등을 알아본다. 물론 정자의 상태가 나쁘다고 한번에 불임 판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검사 결과 정자 수나 운동성 면에서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약 1주일 후에 재검사한다.
한 환자는 정액 검사를 했더니 희소정자증으로 진단됐다. 확인해보니 최근 여자친구와 매일 성관계가 있었고 병원에 오는 날 아침에도 관계를 가졌다.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3일간 성관계를 피해야 하는데 사전에 정보가 없었던 것이다.
희소정자증은 남성 불임의 원인 중에서도 무정자증과 함께 정자생성장애 증상으로 진단하는 대표적인 난치 질환이다. 정상인의 경우 정자가 정액 1㎖당 1억마리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희소정자증은 2000마리 이하다. 게다가 기형인 정자, 활력도와 운동성이 떨어지는 불량 정자도 많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남성 불임의 적 ‘정계정맥류’
앞서 진단한 환자를 5일 뒤에 재검사하니 전보다는 좋아졌으나 정자 수도 적었고 불량 정자가 많이 나왔다. 음낭을 살펴보니 왼쪽 고환 위의 정계정맥류가 의심됐다. 음낭 외부 표면 위로 울퉁불퉁한 뭔가가 돌출돼 있는데 마치 담쟁이 덩굴이나 지렁이가 뭉친 것처럼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정계정맥류는 남성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일반 남성 중 10~15%가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불임 남성에게서는 21~41%나 발견되는 질환이다. 이는 혈관의 이상으로 정맥의 밸브(판막)가 불완전하거나 없기 때문에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며 대부분 왼쪽 고환에서 발생한다.
정계정맥류 증상이 나타나면 습진이 생기거나 통증이 있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이 질환은 대부분 사춘기 시절부터 발생해 점차 진행된다. 성장기에 장기간 지속되면 정상적인 고환의 성장을 저해하고 기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사춘기 시절 정계정맥류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그대로 방치했다가 이후 불임 때문에 고통 받게 된다.
정계정맥류는 고환의 기능을 손상시키고 정자의 운동성과 숫자를 줄여 불임을 유발한다. 특히 건강한 정자를 생성하기 위해선 음낭의 온도가 체온에 비해 2~3도 낮아야 하는데 정계정맥류 환자는 피가 역류해 고환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불임을 유발하는 것이다.
정계정맥류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통증이 없어서 발병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점점 고환의 기능이 저하되고 뒤늦게 불임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정계정맥류는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정계정맥류는 남성 불임 가운데 높은 빈도를 차지하면서 고칠 수 있는 몇 안되는 질환이다. 출산 계획이 있다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자와 미래의 자녀를 위해 결혼 전부터 미리 검사해 예방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