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에게 한 사업주가 찾아와 상담을 하였다. 퇴사한 근로자가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는 것이다. 내용을 파악해보니 해당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약 5개월 정도를 근무하다가 퇴사하였는데 처음 3개월간의 월급을 다 지급받지 못하였고 연차수당도 받지 못하였다며 진정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사업주는 1년 미만 근무자라서 연차수당은 지급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에 연차수당 미지급은 인정하지만, 월급은 전혀 미지급 금액이 없다고 하였다. 처음 3개월은 수습기간이라서 수습급을 적용하였고 수습기간이 끝난 뒤로는 정상 월급을 지급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필자는 사업주의 얘기를 듣고 수습기간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근로계약서를 보자고 하였다. 그런데 사업주는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결국, 수습기간과 수습급 지급에 대한 계약내용을 확인할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사업주에게 이런 경우 수습기간 설정과 수습급 지급에 대한 당사자의 계약을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수습기간이 없는 일반 근로계약의 체결로 보아 수습급이 아닌 정상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할 수 있다는 것과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따른 제재로 벌금까지 낼 수 있다는 설명을 해주었더니 그 사업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갔다.
계약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계약서이다. 노무분쟁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 벌금이나 과태료의 제재처분까지 받게 되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작성은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만약 위 사업주가 수습기간과 수습급 적용에 대해 근로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여 작성하였다면 3개월간의 월급 차액 지급이나 벌금을 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근로계약서 작성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 체결 시 소정근로시간,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휴일, 연차휴가에 대해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하고 있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17조는 이러한 항목에 더하여 근로계약기간, 취업장소와 종사업무,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일 및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정기재사항은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적법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만약 하나의 항목이라도 누락되어 있다면, 정규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알바, 일용직 등)는 기간제법 제17조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특히, 기간제법시행령 [별표3]에서는 기간제(계약직)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계약서와 관련한 과태료 부과기준에 대해 위 법정기재사항 각 항목당 30만원 또는 50만원의 과태료를 정하고 있고,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전 항목이 누락된 경우 각 항목별 금액의 합계 24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과태료 부과기관인 고용노동부는 이를 근로자 1인당 부과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미작성 인원수×24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계약서에 법정기재사항을 명시하였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법정기재사항을 적법한 내용으로 실질적인 계약 내용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아주 간단하고 추상적인 근로계약서나 다른 회사의 근로계약서 양식을 구해서 작성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계약서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 법정기재사항을 위법하게 작성하여 효력이 없는 경우도 있고,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근로계약 내용과 다르거나 불분명하여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근로계약서에 기재할 법정기재사항은 해당 항목들에 대한 법률적 지식을 먼저 정확하게 이해하여야 한다. 근로시간이나 그에 따른 임금항목과 계산방법, 휴일이나 연차휴가에 대한 정확한 법률적 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적법한 계약서를 작성하기 어렵다.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시급제인지 일당제인지 아니면 월급제인지, 주휴수당은 포함된 것인지, 월급이 기본급만인지 연장수당이나 다른 수당이 포함된 것인지, 근무유형이나 임금유형 기타 다양한 상황에 따라 법정기재사항을 명시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또한, 법정기재사항 이외에도 수습 또는 시용기간 적용 여부, 징계 또는 계약해지사유, 퇴직절차 등 근로계약관계에서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 많고, 이런 사항에 대해 상세히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계약서는 쉽게 생각하고 작성할 문제가 아니라 노동법 전반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근로관계 전반에 대한 내용을 압축해서 표현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관련 법률지식과 작성방법을 습득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근로관계의 실질적 내용을 명확하고 적법하게 기재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너무 압축된 문구로 내용을 불분명하게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한한 상세히 작성하는 것이 노무분쟁 예방과 적법한 노무관리의 시작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