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에 뿌리를 둔 기업의 제품을 사자는 애국소비가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빙그레가 이달 1일 공개한 캠페인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800만회를 넘어서면서 GS리테일과 모나미의 독립운동 이력도 함께 재조명됐다. 사진은 빙그레가 올해 광복81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 캠페인 영상. /사진=빙그레 공식 유튜브 갈무리


광복절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애국기업 돈쭐내기가 번지고 있다. 시작은 빙그레가 공개한 영상 한편이었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안중근·김태연 선생 등에게 대한민국 여권을 건네는 내용이다.


빙그레가 광복 81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외교부와 제작한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 캠페인 영상은 지난 1일 공개 후 열흘여 만에 유튜브 조회수 800만회를 넘어섰다. 11일 기준으로도 조회수와 댓글이 늘고 있다. 빙그레는 독립운동가 30명을 위한 대한민국 명예여권을 제작해 지난달 18일 독립기념관에서 전달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국내외 후손 33인이 참석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여권에 담긴 의미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나라를 떠났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게 광복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여권을 건넨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담겼다.


온라인에서는 이 대목을 두고 광고를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넘어 제품을 사겠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른바 애국소비다. 해당 영상과 커뮤니티에는 "빙그레는 작년에도 날 울리더니 올해도 울리네" "빙그레 아이스크림으로 올 남은 여름 보내야겠다" "바나나우유와 투게더로 빙그레 돈쭐냅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빙그레가 광복 81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 외교부와 함께 진행한 독립운동 캠페인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 영상 이미지. /사진=빙그레


빙그레가 독립운동 영상으로 화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빙그레는 매년 8월1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공개해왔다. 학업을 마치지 못한 학생 독립운동가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 87명의 모습을 복원한 '처음 입는 광복', 만세운동 당시 함성을 되살린 '처음 듣는 광복' 등이다.

누리꾼의 관심은 '왜 빙그레가 이런 일을 하는가'로 옮겨갔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다. 부인 김미 백범김구기념관장은 김구 선생의 둘째 아들 김신 전 교통부 장관의 딸이다. 김 회장은 1993년 사재 112억원을 출연해 김구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미국 브라운대 김구도서관, 하버드대·베이징대 김구포럼을 운영하며 백범의 정신을 알렸다.


빙그레공익재단은 2018년부터 국가보훈부와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지원 대상을 순직·부상 소방공무원 후손까지 넓혀 독립유공자 후손 66명과 소방공무원 후손 28명 등 94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2018년 이후 누적 장학생은 509명, 올해 장학금 규모는 1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국민 아이스크림으로 불리는 투게더 판매 수익금 일부가 장학사업 재원으로 쓰인다.
2025년 GS리테일이 국가보훈부와 함께 선보인 광복 80주년 도시락. /사진=GS25


유통가 애국기업으로 GS리테일과 모나미도 주목받았다.

GS그룹의 뿌리에는 독립운동 자금 조달 통로였던 백산상회가 있다. 창업주 허만정 선생은 백산상회 주주로 참여했다.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에는 민족교육을 위해 진주일신고등보통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GS리테일은 2018년 GS25 도시락에 독립운동가 100명의 이름과 활동을 새긴 스티커를 붙였다. 지난해 광복 80주년에는 김구·한용운·윤동주·윤봉길의 필체를 복원한 독립서체 도시락을 출시하고 수익금 일부를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기부했다.

모나미 창업주 송삼석 전 명예회장의 부친 송기주 선생은 1919년 군산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렀다. 모나미는 이후 독도와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제품을 만들고 후원사업을 지속했다.

모나미에서는 순서가 반대였다. 소비자가 먼저 역사를 찾아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 강화로 모나미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되자 온라인과 SNS에서 회사의 이력과 사회공헌 활동이 퍼졌다. 애국기업을 살리자는 목소리는 구매로 나타났다. 모나미 공식 온라인몰의 지난달 7~13일 주문액은 직전 주보다 90.8% 증가했다. 개인투자자 매수가 몰리며 지난달 1일부터 21일까지 주가는 200% 넘게 올랐다.

세 기업이 독립운동과 인연을 맺은 사연은 서로 다르지만 그 뜻을 지켜온 시간은 닮았다. 광복절 하루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장학사업과 기부, 독립운동가를 기억하는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이제 소비자들이 그 기억에 지갑을 열어 화답한다. 이번 애국소비는 가격과 기능을 넘어 기업이 지켜온 가치까지 함께 사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모나미가 올해 출시한 'BP153 광복 81주년 에디션'. /사진=모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