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은퇴한 김세욱씨(63)는 퇴직금과 전재산을 모아 산 17가구짜리 다가구주택을 장만해 한달 500만원의 월세를 받는다. 이중 170만원가량은 다가구주택 구입 시 얻은 대출이자로 나간다. 세금은 10만원 안팎이다. 노후대비로는 부족하지 않은 재테크를 설계했다고 자신해왔지만 요즘 생각하니 잘한 선택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내년부터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듣고 세무사를 찾아갔더니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금감면 혜택이 있다고 해 안심했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임대주택도 세제혜택이 없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김씨는 화가 나는 건 둘째고 당장 노후대책인 다가구주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는 "대출이자와 세금을 내도 절반만 남으면 노부부 두사람 생활비로는 부족하지 않으니 기꺼이 낼 의사가 있었는데 그 이상을 내라고 하면 누가 반발하지 않겠느냐"며 "세제혜택을 준다고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해놓고 나중에 세금을 왕창 매기려는 것 아닌가 의심들 정도로 정부를 못믿겠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자에게 세제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가 다시 축소하기로 하면서 정책혼선이 심각하다는 질타를 받는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대처지만 절세플랜이 중요한 은퇴자 등의 반발이 커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머니투데이

◆"등록하지 말고 버티라는 세무사도 있어"

지난해 12월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 올 3월까지 등록한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은 양도소득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양도세와 종부세 혜택은 서울·수도권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만 해당한다.

이런 세제혜택을 주려고 했던 이유는 지자체에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받고 세입자의 재계약권도 상대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어 서민 주거난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세제혜택을 노리고 여러채의 주택을 사들이는 투기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투자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데다 서울 집값폭등으로 매수세가 활발해진 탓이다. 또 개인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임대사업자대출을 이용한 투기가 늘어난다는 문제도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정책이 새로운 투기의 물꼬를 열어 준 게 아닌가 판단돼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검토에 들어갔다"며 "세율이 높지 않아 집을 많이 가지려는 사람들에게는 종부세가 전혀 걱정거리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임대주택 등록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은 정부발표가 있은 뒤 40% 이상이 집을 새로 사서 임대등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 임대주택 등록 40%는 새로 산 집

논란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기존 임대주택 등록자의 세제혜택은 축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일부 집값과열지역에 한해서만 신규 임대주택 등록 시 세제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행 임대소득세 과세기준인 연간 2000만원도 폐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소득이 낮은 영세 집주인이나 임대소득에 의존하는 은퇴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소형주택 과세배제 등의 특례가 줄면 임대물량도 줄어들어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말고 버티라고 조언하는 세무사가 많을 정도로 현실은 혼란 그 자체"라며 "집값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 일관성이 필요한 때"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