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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생명보험업계 상위권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90% 이상 매수 투자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종목의 최근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실익을 챙겨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부정적인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중견사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동양생명에 대해서는 중립 투자의견 보고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에서 소외됐다. 상위권에 비해 실적이 나쁘지 않은 중견 보험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리포트가 많다는 점에서 보험업종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편향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형 보험사, 장밋빛 투자의견 일색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증권사가 삼성생명에 대해 발표한 애널리포트 102건 중 98건인 96.1%가 매수 의견으로 파악됐다. 한화생명은 55건 중 94.5%인 52건이 매수 의견이었다.


이에 반해 삼성생명의 지난 10일 종가는 9만2000원으로 작년 말보다 26.1%, 한화생명은 4865원으로 29.6% 각각 수직선을 그리며 하락했다. 삼성생명 주가는 최근 5년 중 최저치고 한화생명은 2010년 상장 이후 바닥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 정도면 증권사의 매수 투자의견이 무색할 정도다.

두 회사는 즉시연금을 비롯해 굵직한 이슈가 산적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심하고 즉시연금은 미지급금으로 책정된 4300억원 중 71억원만 지급키로 한 뒤 나머지는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으로 지정돼 감독 규제가 강화되고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관리도 어려워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연내 소각키로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1조원 이상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했으며 추가 지분매각 가능성도 여전해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진행형이다.

한화생명도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850억원에 달해 삼성생명 다음으로 많다. 모두 소송 결과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자회사인 한화손보의 리스크까지 반영해 RBC비율을 산정해야 하는 점도 부담요소다. 한화손보의 6월 말 RBC비율은 172.9%에 불과해 건전성이 좋지 못한 편이며 지난달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감안하면 안정권은 여전히 먼 상태다. 자본확충이 계속되면 이자부담이 가중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중견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반면 중견사로 분류되는 오렌지라이프의 매수 투자의견을 담은 리포트는 48건 중 35건(72.9%), 동양생명은 30건 중 16건(53.3%)에 그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나머지는 중립 또는 NR(의견없음)이다. 이들 회사도 올해 굵직한 이슈를 겪었으며 작년 말과 지난 10일 종가 기준으로 오렌지라이프는 37.5%, 동양생명은 17.8% 하락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올 한 해 인수합병(M&A) 이슈로 바빴으며 최근 신한지주로의 인수가 확정됐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매각을 앞두고 820억원(배당성향 44.66%)의 중간배당을 발표했다. 낮지 않은 배당성향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호의적 내용이지만 증권업계는 매수보다 중립 투자의견에 무게를 뒀다.

동양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안방그룹의 우샤오후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중국 정부가 위탁경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방그룹의 해외 자산을 매각키로 방향을 잡아 동양생명의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M&A 이슈가 지속적으로 거론된 것이 불안요인이다. 과거 발생한 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짱커 부사장(최고투자책임자, CFO)과 왕린하이 이사대우(재무기획) 등 중국 출신 임원 2명은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중도 퇴임했다. 상반기 순이익도 556억원으로 1년 새 68.8% 쪼그라들었다.

올해부터 단독 대표이사를 맡은 뤄젠룽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가부양책 나섰지만 애널리스트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매수 의견 비중이 96.2%로 높은 편이다. 지배구조 이슈가 걸렸지만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민감한 사안이고 즉시연금 등 마땅한 이슈가 없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른 생보사와 달리 주가도 소폭(3.6%) 하락하는 데 그쳐 나름 선방한 모습이다.

수수료 이익 포기 못하는 증권사

대형 보험사에 긍정적인 투자의견이 쏠리는 현상은 오래된 관행이다. 주식거래를 통해 수수료이익을 내야하는 입장에서 거래 규모가 큰 대형사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는 이유다.

굵직한 악재가 산적해도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 사례로 2015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분식회계에 따른 대규모 손실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 리포트는 전무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15년 6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손실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7월20일까지 10개 증권사가 12개 리포트를 냈다. 하지만 매도 의견은 단 1건도 없었고 매수 의견은 5건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해 대우조선해양은 2조2000억원, 2016년에는 2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후 A 증권사가 의무적으로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발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후폭풍이 거셌다. 회사를 떠난 애널리스트가 점차 늘었고 리서치센터 기능이 약화되면서 자산관리(WM) 부문 실적도 나빠졌다. 증권업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현실적으로 많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험업종 리포트를 발간할 때 중소형사는 회사를 소개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매수·매도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며 “하지만 대형사는 다수 투자자가 충분히 정보를 갖고 있는 만큼 애널리스트의 의견 제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형사는 거래규모가 크기 때문에 회사 눈치를 안볼 수 없고 기업탐방 등에 제한을 받을 경우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매도는 물론 중립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A 증권사에서 의무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내도록 했을 때 현실성이 결여된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셌다”며 “증권사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중립을 지켜야겠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