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편맥족(편의점+맥주)이 늘어남에 따라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소주와 맥주에 붙는 세금의 기준을 오는 2020년부터 '가격'에서 '용량'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가 사라져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머니S는 수입맥주 열풍에 따라 변화하는 국내 맥주시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맥주값 오를까] (下) 종가세→종량세, 주세개편은 증세인가
"맥주값 인상, 증세 꼼수 아닌가요?"
#직장인 이정인씨(27·남)는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잔이 삶의 유일한 낙이다. 그는 얼마 전 기사를 통해 주(酒)세를 개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씨는 주세개편 이후 수입맥주 4캔을 단돈 1만원에 구매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에 애꿎은 정부 탓을 한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2020년부터 소주·맥주 등 주류 전체에 대한 세제를 종량세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올해 안으로 주세 개편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각 주류협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앞서 7월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맥주에 대해 종량세 개편을 논의했지만 보류한 바 있다. 수입맥주 행사(4캔에 1만원)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소비자 반발과 다른 주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주세개편 왜 하나… 기울여진 운동장?
맥주에 대한 주세 제도를 현행 출고가 기준의 '종가세' 대신 알코올 도수나 전체 양으로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은 국산맥주업체들의 과세 역차별 불만에서 시작됐다.
현행 종가세 제도상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국내 이윤과 판매관리비(판관비) 등을 더한'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는다.
수입맥주의 경우 국내 이윤이나 판관비 등은 과세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수입가격을 낮춰서 신고할 수 있어 손쉽게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국산 주류업체들을 비롯한 수제맥주업체는 제품의 양에 따라 세금을 일괄 부과하는 종량세 도입을 환영한다 입장이다. 이는 주세개편을 통해 수입맥주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7월 입장문을 통해 "현재 종량세 논란이 '1만원에 4캔'이라는 프레임에 집중돼 본질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으나 종량세 도입의 목적은 국산을 애용하자는 것도, 증세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한 뒤 "종량세 도입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확립해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그 효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서 종량세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해 편의점 수입맥주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국산맥주를 뛰어넘은 데 이어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56.3%로 국산맥주(43.7%)보다 높았다.
이에 국산주류·수제업체들은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품질이 좋은 주류를 만들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여서 수제맥주나 고급 주류 개발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서민증세 꼼수?… "4캔 1만원 유지될 듯"
일각에서는 이번 종량세 개편이 정부가 증세를 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한다. 맥주값이 올라 정부가 걷어 들이는 세수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러나 '4캔에 1만원' 행사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류업계의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종량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비싼 맥주를 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면서 "주세법 개정은 증세를 위한 꼼수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세 개편은 '증세'가 아닌 '과세체계 개편'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금의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세금을 많이 내던 국산맥주는 줄여주고 세금을 적게 냈던 수입맥주는 더 늘려 동일하게 하자는 것"이라고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소비자에게 인기가 좋은 맥주들은 지금보다 세금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부담은 커지나
◆소비자 부담은 커지나
앞서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종량세로의 개편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금이 낮아지는 맥주는 일부 수입맥주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맥주는 세율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라는 것.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세 변동 시 4캔에 1만원에 팔던 저가 수입맥주시장은 위축되고 시장점유율을 잃은 국산맥주업체의 영업환경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수입맥주 관계자는 "수입가가 높은 맥주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입가가 낮은 1000원대 수입맥주는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보통 소비자들이 찾는 맥주의 가격은 큰 변동이 없겠지만 저렴한 맥주의 경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세법 변경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주종 차이에 따른 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종량세 방식으로 한다면 기준이 되는 양을 알코올함량(도수), 맥아함유량, 용량 등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논쟁이 심화될 수 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무관세가 적용된 수입맥주에 대해 종량세로 바꾸어 세금을 많이 부과하겠다고 하면 FTA 효과를 상쇄시키려는 의도로 비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