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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명절 끝나면 놀러가자는 이상한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칠남매의 맏아들과 결혼한 그네는 명절이 지나면 앓아눕곤 했다. 고모들은 왜 아무것도 안 하냐는 투정에 웃음만 짓던 엄마.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런 투정이 자신을 두고두고 웃게 만드는 위안이었다고 고백하는, 이제는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는 엄마에게 다른 위안을 건네고 싶었다. 엄마가 어린 시절 살던 집, 그 집을 닮은 한옥에서 하루를 보냈다.
고된 명절을 보낸 '엄마'에게 위안을 전하고 싶다면 함께 고즈넉한 한옥을 찾는 건 어떨까. 태풍이 한반도를 스쳐 멀리 떠나기 힘든 이번 주말, 도심 속 한옥에서 아이의 눈빛으로 웃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숨어서 빛나는, 시은재한옥호텔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매번 다니던 낙원상가 대로 옆 골목에 자리한 시은재는 이름 그대로 도심 속에 숨었다. 지난 9월로 151년 5개월이 된 이 집을 지키는 이는 이 집에서 태어난 김종철씨다. 휴전 후 피난길에서 돌아와 어머니와 놀던 순간 툇마루로 들던 햇살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그의 주름진 얼굴에 살포시 웃음이 깃든다. 그날의 따뜻한 햇살이 집을 닦고 쓸고 윤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 마련한 목재 창고가 불이 나는 바람에 궁궐 짓는 목수가 할 일이 없어져 이 집을 지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집안 구석구석 나무를 둥글린 마름새, 한치 흐트러짐이 없는 나무 기둥의 선들을 보고 있으면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벽과 지붕이 두터워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보다 3~4도가 낮은 집에 햇살이 내려앉는 순간은 꿈처럼 아름답다. 정갈한 온기가 집 안 곳곳을 가만히 살피는 듯하다.
안채와 별채로 구분되는데 별채 큰 방, 안채 안방 모두 넓은 편이다. 한옥이지만 현대의 시설들이 완벽히 갖춰진 덕에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조식은 계란, 빵, 잼, 우유, 주스 등을 갖춘 콘티넨털식으로 부엌에서 셀프로 차려 먹는다.
외국인 손님들이 묶는 경우는 그 나라의 국기를 게양하는 센스도 빛난다. 김종철씨는 투숙객에게는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체크아웃 때 인화한 사진을 살포시 건넨다. 아름다운 툇마루에 앉아 찍은 사진 뒤로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서화가였던 석촌 윤용구, 시남 민병석이 이 집을 다녀가고 쓴 현판이 빛난다.
◆홈 스윗 홈, 서촌게스트하우스
열린 대문 틈으로 소담한 마당이 보인다. 댓돌 위에 정갈하게 놓인 신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백일홍, 햇살 아래 곱게 널어둔 이불을 보면 이 집에 살고 싶다. 미닫이문을 열고 처음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하마터면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할 뻔했다. 여느 집의 것과 흡사한 거실 풍경. 반찬 냄새, 일상의 소리들이 한데 뒤섞여 낯선 곳에 발들인 여행자의 마음은 순식간에 무장 해제된다.
1932년 지어진 이 집은 7년 전부터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이병은씨의 소유가 됐다. 엄마, 이모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그녀의 집은 게스트하우스 2층. 1층 본채와 별채에 마련된 ‘재’ ‘미’ ‘난’ ‘안’ 방이 손님방이다. 한옥과 양옥이 연결된 구조가 독특하고 예뻐 집을 기웃기웃 엿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숙박비에 포함된 조식은 이병은씨의 식구가 먹는 한식 밥상. 나물, 김치, 집에서 먹는 밑반찬에 요리 한두가지가 포함된 알찬 한상이다. 밥상 덕분에 재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다섯번 이상 온 미국의 한 손님과는 친구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방은 4개, 화장실은 3개다. 화장실을 공동사용하게 하고 싶지 않아 방 3개가 예약되면 나머지 하나는 예약을 막아둔단다. 그만큼 손님을 위한 배려가 깊고 세심하다.
◆궁궐터에 자리한 옛집, 문게스트하우스
운현궁터였던 곳에 6·25전쟁 직후 지어진 한옥으로 오일 스테인을 바르지 않아 나무 본연의 색감이 아름다운 집이다. 안주인의 시어머니가 시부모님 모시고 살던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대가 살던 집을 9년 전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집은 본채와 별채로 나뉘었다. 본채에는 운현당, 마당, 부엌 외 2개의 방이 있고 별채에는 라일락, 로즈, 코스모스로 이름한 3개의 방과 독립된 마당이 있다.
낮 시간에는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다도, 한복 입기 체험, 탁본 뜨기, 전통악기 체험, 고추장 담그기, 김치 만들기, 서예 체험 등이 수요에 따라 열린다. 한문 선생님으로 재직했던 남편이 서예와 탁본을,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림에 도가 튼 안주인이 한복입기 체험과 김치·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주관한다. 그리기와 악기 체험은 인근 이웃 예술가들을 강사로 초빙한다. 운현당 중간문을 개방하면 대회의실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여서 단체 관광객이 많은 편.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의 안주인은 돈 버는 것보다 숙박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한 사람들이 만족하고 웃으면서 가는 걸 보는 게 제일 좋단다. 담 옆은 운현초등학교 운동장, 그 외 주변은 업무지구라 밤이 되면 고요해진다. 미리 이야기하면 한옥 마당에서 바비큐도 가능하다.
<자료 및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위치정보>
▲시은재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39
▲서촌게스트하우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28-3
▲문게스트하우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2길 31-18
▲시은재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39
▲서촌게스트하우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28-3
▲문게스트하우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2길 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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