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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펀드시장에서 사회책임투자(SRI)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필두로 한 SRI 활성화 움직임에 관련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과 달리 펀드 수익률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SRI펀드

SRI는 기금자산을 운용할 때 투자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문화시킨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해로운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윤리적인 기업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해외 주요 연기금에서는 SRI 전략에 따라 ESG 요소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거나 투자결정에 ESG 요소를 검토하는 통합투자 전략을 많이 구사하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은 상대적으로 규범이나 배제요건에 따른 선별전략 비중이 높고 미국은 ESG 통합투자 전략의 비중이 높다”며 “해외 리테일 채널에 팔리는 SRI펀드는 주식펀드, 혼합펀드, 채권펀드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펀드유형에 비해 생소해 보이는 SRI펀드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국내시장에 존재했다. SRI펀드는 2004년 첫선을 보인 이후 2006년 리자드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통해 유명세를 타며 투자금액이 2조원을 돌파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당시 SRI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기존 주식형 펀드와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더불어 공모펀드시장이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SRI펀드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SRI펀드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SRI펀드(22개/16일 기준)에 94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금융투자업계는 SRI펀드가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형 SRI펀드의 규모는 2011년 이후 급격히 감소해 2016년 기준 국내 SRI시장의 5.3% 정도로 축소됐다”며 “그러나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일부 재벌의 갑질 이슈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적 연기금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SRI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도약 위해 수익률 회복 급선무

SRI펀드가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수익률 회복이 관건이다. SRI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13.77%로 나타났다. 이는 SRI펀드가 주로 포진된 액티브주식테마 펀드의 수익률(–6.15%)보다 약 7%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보인 HDC자산운용의 ‘HDC퇴직연금좋은지배구조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도 –4.80%로 손실을 기록했으며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사회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C-I’의 경우 –16.37%로 가장 부진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SRI펀드의 수익률 개선을 위해 투자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장 큰 폭의 수익률 개선은 어렵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다른 유형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도 “개인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진 만큼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RI가 재무적·비재무적인 위험까지 고려해 수익을 추구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방식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중심의 기존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도 있다. SRI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리테일시장에서 SRI펀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수요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SRI 활성화가 이번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만큼 기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SRI시장은 글로벌 추세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힘입어 좀 더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SRI펀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투자전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SRI펀드, 정권에 휘둘리지 말아야”

SRI가 주요 정부 정책으로 꼽힌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선공약으로 SRI 활성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사례에 비춰봤을 때 정책에 기댄 펀드는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녹색성장 펀드’와 ‘청년희망 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녹색성장 펀드는 이명박정부 시절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유관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출시됐다. 당시 고유가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의 성장 기대감에 투자자산이 2500억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펀드의 성과는 장기간 액티브펀드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녹색성장 펀드는 유형 대비 부진한 성과로 테마펀드로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녹색성장 펀드(국내)는 MKF 그린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 정도다. 그간 녹색성장 펀드를 보유했던 자산운용사들은 펀드의 성격을 바꾸거나 SRI펀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

청년희망 펀드는 2015년 9월 박근혜정부가 청년실업 대책 일환으로 내놓은 상품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서서 주목받았으며 같은해 10월 8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모였다. 하지만 자발적 기부로 운용된 이 펀드는 점차 기부액이 줄어들며 한계점을 보였고 국정농단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상승동력을 완전히 잃었다. 청년희망 펀드는 지난달부터 판매가 아예 중단됐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청년희망 펀드의 경우 출범 당시부터 ‘관치펀드’ 논란에 휩싸였다”며 “그간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펀드는 정권이 바뀌는 순간 그 수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책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히 추진했기 때문에 수익률이 저조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SRI펀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권에 의해 좌우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3호(2018년 10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